요한 16,5-11
성령께서는 우리의 고통, 우리의 죄, 우리의 연약함을 못 견뎌하시는 분이십니다!
젊은 사제 시절, 저희가 운영하던 아동 보육 시설에는 초딩 꼬마들도 간간이 들어와 살았습니다.
하늘같은 중고생 형들과 함께 사느라 고생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꼬마들에게 보호 본능 내지 측은지심이 느껴져 더 각별히 챙기곤 했습니다.
가끔 연피정이나 장거리 출장이라도 가면, 형들로부터 시달릴 꼬마들을 생각하니 영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은 꼬마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있을 때는 그나마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곤 했는데, 이래저래 불안함이 느껴졌을 것입니다.
안그래도 어린 나이에 부모와 분리된 친구들인데...이제 겨우 정붙이고 마음 붙이고 살아가고 있는데...
보호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장시간 자리를 비운다니, 아이들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종의 분리불안증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금방 돌아올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마라며 다독이고 그렇게 떠나곤 했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예수님께서는 당신과의 분리로 인해 걱정이 태산인 제자들과 오늘 우리를 향해 손수 우리의 등을 다독다독 두드리시면서 안심시키십니다.
내 일시적인 부재로 인해 너희는 근심에 휩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 걱정을 하지 말거라.
그 근심은 잠시뿐이란다.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란다. 내가 즉시 다시 돌아올 것이란다.
이 얼마나 마음 든든한 주님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곧 돌아 온다 해놓고, 안 돌아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주님께서는 200퍼센트 확실히 돌아오실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랍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신 약속을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지키셨습니다.
승천하시자마자 약속하신 대로 즉시 당신의 대리자요 우리를 악으로부터 영원히 지켜줄 보호자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히 우리 가운데 머무시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생명의 수여자이신 성령께서는 우리를 참삶에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참삶이란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삶이겠지요.
중재자 성령께서는 하느님과 우리 인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계속하실 것입니다.
진리의 성령께서는 우리가 거짓 논리에 휩싸이지 않고 참 진리이신 예수님의 말씀 안에 머물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고통, 우리의 죄, 우리의 연약함, 우리의 나약함을 못 견뎌하시는 분이십니다.
큰 측은지심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며, 우리가 당신께 합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십니다.
우리의 상처를 꿰매주십니다.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올무에서 자유롭게 해주십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를 잔잔하고 깊은 영적 샘터로 인도하여 주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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