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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5-15 조회수 : 292

요한 15,26─16,4ㄱ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때 우리는 언제나 올리브 새순처럼 푸르를 것입니다! 

 

 

워낙 외진 시골에서 살다 보니, 개체 수가 불어난 산짐승, 들짐승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때로 차량과의 야간 충돌로 죽임을 당한 동물들의 사체를 목격합니다.

참혹하게 널브러져 죽은 동물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 해도 끔찍합니다. 

 

살아있을 때의 모습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언젠가 밤길에 저와 단둘이 만난 새끼 고라니의 모습은 얼마나 예쁘던지, 감탄사가 터져 나올 정도였습니다.

잘 빠진 몸매, 잘 조화된 몸의 색깔, 천진난만한 얼굴, 쫑긋한 귀...한참을 바라봤습니다. 

 

또 다른 길에서 어미 꿩을 따라 일렬종대로 부지런히 도로를 건너가던 애기 꿩들은 또 얼마나 귀엽던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녀석들이 안전하게 건너가도록 비상등을 켜고 도로 한가운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강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가 죽은 고기떼를 만난 적도 있습니다.

그저 물결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섬뜩했습니다.

냄새도 역하고 비릿했습니다.

반대로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쳐가는 살아있는 녀석들의 모습은 얼마나 역동적이고 활기차던지요. 

 

아직 생명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아직 따뜻한 피와 숨결을 지니고 있다는 것, 아직 살아서 두 발로 세상을 활보할 수 있다는 것,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습니다.

숨결이 붙어있어야 가치가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존재를 아름답게 하고 가치 있게 만들며 희망을 지니게 하는 분이 계십니다.

한 존재를 존재답게 만드는 분, 바로 성령이십니다. 

 

우리 공동체 내부를 들여다봅니다.

때로 살아있지만 죽은 공동체를 봅니다.

그 안에 활력이 없습니다.

희망도 없습니다.

아름다움도 없습니다.

성령의 현존, 성령의 활동을 믿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때로 죽어가는 공동체를 봅니다. 어둡고 경직되고 폐쇄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지도 않습니다. 구성원 상호 간에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세상을 향해 봉사하지도 않습니다.

성령께서 활동하실 자리를 내어드리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승천하실 예수님께서는 슬슬 제자들과의 작별을 준비하십니다.

그런데 이번 작별은 지난번 작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슬픔과 두려움, 공포의 분위기가 아니라 희망과 기대의 분위기입니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할 것이다.”(요한 복음 15장 26절) 

 

예수님께서는 당신에 이어서 제자들과 영원히 함께 하실 협조자이자 보호자이신 성령의 강림을 약속하십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공동체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주실 분,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새 생명을, 절망과 낙담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불목과 다툼이 있는 곳에 친교를 불러일으키실 분, 곧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때 우리는 언제나 올리브 새순처럼 청춘과 젊음을 간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굳게 우리에게 약속하신 그 보호자, 진리의 영께서 오늘 우리의 신앙 여정 그 한 가운데

굳게 현존하시고 동반하심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고통과 시련 속에도 기쁘고 활기찬 얼굴로 우리의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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