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14,1-12: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이 성부께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하신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6절).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다. 예수님의 말씀의 길은 예수님 자신을 가리키리라는 것을 생각지 못한다. 토마스가 이렇게 말한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5절). 예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6절) 하신다. 이 말씀은 아버지께 이르는 길은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것으로 생각했던 토마스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께 이르는 십자가의 길이시다. 예수님은 당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시지만, 거기에 강조점은 길이다. 여기서 생명과 진리는 예수께서 안내하시는 목적지라기보다 그분이 자신을 길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이다. 그분이 진리요 생명이시기 때문에 길이신 것이다. 아들 그리스도는 진리이시다. 참 하느님에게서 나신 참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우리의 생명이시다.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죄의 저주로 죽은 우리를 되찾아 하느님과의 관계를 돌려주실 수 있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여기서 진리는 “그리스도에 의해 드러난 계시의 선물이다. 그것은 하느님과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서 또 역사 내에서 활동하며 계시를 전해주는 그리스도와 성령과 동일시되고 있다.”(I. De La Potterie, La verité dans st. Jean, vol. II, Roma 1977, p. 1009). 이 진리는 우리의 사고나 덕을 닦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생의 신비를 통해, 또 성령의 선물로 우리를 만나러 오신 그리스도라는 살아있는 길(히브 10,20 참조)에 자신을 맡기는 겸손한 믿음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제자들에게는 이 모든 말씀을 알아듣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내용이다. 그래서 필립보가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8절) 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을 당신과 하나이신(요한 10,30; 17,11.21-22) 아버지께서 보내신 분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답답하게 여기신다. 그분이 하느님과 같은 분이심을 입증해주는 말씀과 일들을 보고 체험했음에도 말이다. 그것을 보는 눈은 믿음의 눈이어야 한다.
베드로 사도는 돌이라는 상징적 개념을 통해 그리스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 돌은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서는 모퉁이의 머릿돌로 삼으셨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 머릿돌에다가 매 순간 자신들을 쌓아 나감으로써 교회라는 신령한 집을 완성해 나아간다.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은 살아있는 돌이신 그분과의 결합에서 이루어진다. 세례를 받은 모든 신앙인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을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1베드 2,5) 드리는 사제직을 부여받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신령한 제사이다.
매일 아침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우리의 하루를 받고 있다. 그 하루는 그분께서 우리를 위해 미리 준비하신 하루이다. 그것은 지나치게 길지도 부족하지도 않으며, 별로 쓸데없는 것이 아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하루를 걸작이 되게 살라고 요청하신다. 이것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만일 우리가 이 하루가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그것이 인간적 차원에서 지닌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 하루를 그래서 신앙인으로서 역시 열심히 살고자 할 것이다. 이렇게 주님께 신령한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사도행전 6,1-7의 일곱 부제의 선발은 우리에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형제들에 대한 봉사도 우리가 세례를 통하여 부여받고 있는 왕다운 사제직의 요소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께서 바로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께로 가는 십자가의 길이시며, 그 길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맡길 수 있으며, 그분을 닮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 방법은 우리 자신의 삶을 통하여 매 순간 주님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신령한 제사를 바칠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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