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10,11-18
오늘 우리는 요셉처럼 그 작은 일들을 통해 성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까?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예수님의 양부(養父)로서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에 엄청난 기여를 하신 요셉이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요셉의 희생과 헌신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하느님께 사랑하는 약혼녀 마리아를 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마리아와 함께 평범하지만 단란한 가정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런 요셉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녀의 잉태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요셉은 군말 없이 수용했지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배신감과 서운함을 감출 길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요셉은 하루아침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요셉을 과묵하고 충직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참 신앙이었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라니, 그 어떤 토도 달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데리고 당장 이집트로 떠나라니 순순히 떠났습니다.
돌아오라니 돌아왔습니다.
평생토록 그저 묵묵히 나자렛 성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에 크게 일조한 요셉이 당대 잘 나가던 고관대작이 아니라는 것,
시대를 주름잡는 엄청나고 대단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 대신 그저 평범하고 가난한 목수였다는 것, 얼마나 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일 요셉이 엄청난 부자여서,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 뷰가 좋은 초고층 100평 아파트에 사셨다면,
막대한 시세를 호가하는 노른자위 부동산의 소유자였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가난하게 이 땅에 오시고, 평생 머리 둘 곳조차 없는 가난한 순례자로 사셨던 예수님의 배경이요 디딤돌이 되어 드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매일 하는 일을 통해서 하느님을 증거하고, 자신을 증거합니다.
요셉은 엄청 대단한 일이나 특별한 일을 통해서가 아니라 매일 자신이 행하던 작은 일들, 톱질을 하고, 대패질을 하고, 못질을 하는 일에 충실함을 통해 하느님을 증거하고 선포했습니다.
오늘 과연 우리는 요셉처럼 매일 우리 손으로 하는 작은 일들을 통해 하느님을 증거하고 있습니까?
요셉처럼 매일 되풀이되는 작은 일들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요셉처럼 그 작은 일들을 통해 성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