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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5-01 조회수 : 574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복음: 요한 10,11-18 

 

목자와 삯꾼 

 

 

한국 천주교는 다른 나라들처럼 선교사가 먼저 들어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생적으로 발생하여 선교사를 요청한 유례가 없는 교회입니다. 

 

즉, 성호학파와 남인계 실학자들에 의해 천진암-주어사에서 처음엔 학문으로 시작했다가 차차 종교로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각기 주교, 사제 등의 성직을 만들어 자신들이 미사를 행하기도 하였지만(가성직자 제도),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는 비밀리에 선교사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성직자가 중국인 주문모 신부님입니다.

그러나 신유박해를 거치며 조선은 다시 성직자를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만 갔습니다.

그렇게 다방면으로 성직자들을 모셔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들어가면 반드시 죽는다는 생각이 온

유럽 교회에 퍼져있었기에 당시 선교회들은 조선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파리외방 선교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때 한 분, 브뤼기에르 신부가 나서서 자신이 그 죽음의 땅으로 들어가겠다고 나섰고 그렇게 그분은 초대 조선교구장이 되신 것입니다. 

 

파리외방 선교회가 조선에 선교사를 파견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를 들었을 때, 브뤼기에르 신부는 또박또박 반박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1. 전교회는 현재 기금이 없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고 주님께서 가르치셨습니다.”

2. 해외에 파견할 선교사가 부족하다. “선교사가 지금보다 많았던 때는 또 언제입니까?”

3. 다른 포교지에도 급한 일이 많다. “조선의 양떼들이 당하고 있는 것만큼 급한 일은 없습니다.”

4. 조선 포교지로 선교사가 들어가기 어렵다. “예전에 중국인 사제 한 분이 조선에 들어가서 순교한 적이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까?”

5. 너무 많은 일을 하면 하나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우리 선교회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데, 이 말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파리외방 선교회의 걱정은 이것이었습니다. 

 

“누가 저 위험한 조선 사목을 맡겠는가?”

브뤼기에르 주교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응답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75일간의 생사를 건 위험한 항해와 3년여에 걸쳐 남에서 북으로 중국 땅을 횡단하다가 결국 힘이 다하여 조선 땅에 들어오지 못하고

마가자라는 곳에서 마침표를 찍고 말았습니다.

한 여름에도 파란 눈과 큰 코, 노란 머리를 감추기 위해 거지복장으로 얼굴까지 가리고 다녔고, 기후와 음식, 피로와 열병 등 그 풍토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분은 여행 중 파리외방선교회에 자신이 못 이룬 일을 부탁하였고, 모방, 엥베르, 샤스탕 등의 선교사들이 계속해서 조선교구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참조: 개포동 성당, 브뤼기에르주교의 발자취를 찾아서(유투브)]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고 하시며, 위험이

닥쳐 양들을 버리는 목자는 ‘삯꾼’들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또 아버지께서는 당신께서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하신다고 하십니다.

브뤼기에르 조선교구 초대 주교님을 비롯하여 많은 참 목자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한국천주교회가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목숨을 내어놓으셨기 때문에 하느님께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 목숨을 다시 받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상황을 보더라도 미사나 강의, 특강을 할 때마다 사례비를 받습니다.

강의할 때 기쁘게 하지만 막상 그 봉투를 받을 때쯤엔 왠지 그것 때문에 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좋은데 쓴다는 명목으로 받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어찌 자녀에게 무언가 받으며 자녀를 보살피고 키워줍니까?

저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삯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사랑이 불타고 있기에 내가 행복해서 내

자신을 바칠 수 있는 그런 목자가 될 날을 기대해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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