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루카24,25)
'엠마오로 여행을 떠나자!'
오늘 복음(루카24,13-35)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는 말씀'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약11km)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는 두 제자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그들과 함께 걸어가십니다. 하지만 그들은 눈이 가리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예수님께서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섭니다.
'침통한 표정!'
이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도, 그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고, 예수님의 죽음에 갇혀 있어 실망하여 예전 삶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나눌 때, 그들의 눈이 열려 자신들 앞에 계신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루카24,30-31)
이 말씀 앞에서 무엇이 떠오릅니까? 매일 거행되는 '성체성사(미사)', 그것도 '성찬 전례'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우리도 엠마오로 여행을 떠납시다!
'엠마오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엠마오는 내가 다시 부활하는 곳'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두 제자가 서로 말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24,32)
그러니 '가장 좋고 뜻깊고 멋진 엠마오 여행'은 '매일 사제의 손을 통해 겸손한 모습으로 제대 위로 내려오시는 예수님을 만나러 가는 것',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분 말씀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닐까요?
(~ 2열왕 9,13)
(이병우 루카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