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3,31-36
환골탈태한 사도들의 모습!
요즘 첫 번째 독서로 봉독되는 말씀은 사도행전입니다.
사도행전은 신약성경의 다섯번째 책으로 초대 교회 공동체의 생활상과 사도들의 행적에 대해서
소상히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신약성경 가운데 유일한 역사서로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이 어떻게 만방에 전파되고 지속되는지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저자는 바오로 사도의 협력자이자 제3복음서의 저자인 루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와 요한 사도에 대한 루카복음사가의 기록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그 무렵 유다 지도자들과 원로들과 율법학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의 담대함을 보고 또 이들이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놀라워하였다.”(사도행전 4장 13절)
제가 사도행전을 기록했다면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 예수님의 애제자였던 요한에 대해 최소한의 예우를 갖춰 기록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신 어떻게 하면 그들의 약점을 감추고 장점을 부각시키려고 애를 썼을 것입니다.
“이들은 비록 정식 율법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지혜롭고 총명했다.
특히 전문직 어부로서 갈릴래아 호수 전체를 꿰뚫고 있었으며, 고기잡이에 관해서는 둘째가면 서러워할 노하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루카복음사가는 그 어떤 가감도 없이 솔직하게 두 사람의 출신배경을 소개합니다.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
따지고 보니 그렇습니다.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던 베드로와 요한 사도는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지혜와 경륜이 충만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당대 둘째가면 서러워할 율법학자들의 토론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언변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사도행전의 말씀을 묵상하노라면 깜짝 놀랄 일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때 무기력하고 의기소침했던 제자들, 나약하고 우유부단했던 제자들의 모습은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습니다.
완전 딴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완전 환골탈태한 새로운 모습으로, 그 어떤 박해나 협박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섭니다.
용맹하고 당당하게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다가 체포되어 산헤드린 앞으로 끌려갔던 베드로와 요한 사도였습니다.
더이상 머뭇머뭇하던 과거 그들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노회하고 구린 산헤드린 의원들 앞에서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습니다.
더 이상 더듬더듬, 주저주저가 아니라 술술~감동적이고 논리정연한 설교를 펼쳐나갔습니다.
풀려난 두 사도는 동료 제자들이 모여있는 장소, 곧 초대 교회로 달려갔습니다.
그 기쁜 소식, 자신들이 적대자들 앞에서 얼마나 당당하고 통쾌하게 주님의 말씀을 전했는지를 알려줬습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동료들은 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높여 하느님께 기도를 바쳤습니다.
성령으로 가득 찬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더 이상 의혹이나 불신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해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습니다.
환골탈태한 제자들! 그 배경에 과연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가 생각해봅니다.
바로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초대 교회 공동체 전체를 뒤덮고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이제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힘차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성령의 활기찬 동반에 힘입어 제자들은 간절히 기도하고, 힘차게 선포하며, 박해 속에서도 기쁘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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