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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10 조회수 : 304

복음 마태 28,8-15


그때에 8 여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

9 그런데 갑자기 예수님께서 마주 오시면서 그 여자들에게 “평안하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다가가 엎드려 그분의 발을 붙잡고 절하였다. 10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11 여자들이 돌아가는 동안에 경비병 몇 사람이 도성 안으로 가서, 일어난 일을 모두 수석 사제들에게 알렸다. 12 수석 사제들은 원로들과 함께 모여 의논한 끝에 군사들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 13 말하였다.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시체를 훔쳐 갔다.’ 하여라. 14 이 소식이 총독의 귀에 들어가더라도, 우리가 그를 설득하여 너희가 걱정할 필요가 없게 해 주겠다.”

15 경비병들은 돈을 받고 시킨 대로 하였다. 그리하여 이 말이 오늘날까지도 유다인들 사이에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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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좋아하던 간식 중 하나는 초코파이였습니다. 너무 맛있는 초코파이가 금세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서 아주 조금씩 떼어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군대에서 있었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신병 훈련소를 퇴소하고서 자대에 배치되었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제게 한 고참이 다가와서 함께 PX라고 하는 군대 마트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초코파이 두 상자를 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했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간식이라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한 6개쯤 먹었을까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이제 그만 먹겠습니다. 충분히 먹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인상을 쓰면서 “고참이 특별히 사주는 것인데 안 먹어? 이거 군기가 완전히 빠졌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 고참이 무서워서 두 상자를 다 먹었습니다.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초코파이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초코파이 한두 개는 분명히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은 공포였습니다. 너무 많은 것은 오히려 공포를 가져다줄 뿐입니다. 그런데 많은 것도 기쁨이 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한두 권의 책은 기쁨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상의 책은 공포일까요? 아닙니다. 그 이상의 책도 기쁨입니다.


많은 이가 기쁨을 찾습니다. 문제는 이 기쁨이 순간의 만족일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는 기쁨은 결코 계속된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공포’가 될 뿐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알아가면 알수록 더 커지는 기쁨입니다. 절대로 주님을 많이 알고, 또 주님을 많이 만난다고 해서 ‘공포’를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참 기쁨을 주시는 주님이 아닌, 순간의 만족에서 공포까지 주는 세상의 것만을 따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여자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주님께서 되살아나셨다는 소식에 여자들은 두려워하였지요. 그러나 그 두려움을 넘어선 기쁨이 더 컸을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주님의 부활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모른 척하는 사람들이지요. 경비병 몇 사람들과 이 사실을 더 적극적으로 은폐하려는 수석 사제들입니다. 이들은 기쁨이 아닌 두려움이 커졌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을 때는 원하는 대로 되었다며 기뻐했겠지요. 하지만 그 기쁨은 공포가 되고 말았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에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굳은 믿음과 사랑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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