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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10 조회수 : 374

사도행전 2,14.22-33

마태오 28,8-15

 

또 다른 세상

 

제가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남도의 한 항구로 여행을 갔었는데, 바다를 처음 본 터라 모든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크고 작은 화물선이며 어선들이 쉼 없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했습니다.

한참동안 그 배들을 계속 바라보다가 제가 한 가지 개인적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짐을 가득 실은 큰 화물선 한척이 출항할 때였습니다.

바로 앞에서 보니 크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엔진소리도 엄청났습니다.

크게 뱃고동을 울리면서 항구를 벗어났는데,

그때부터 저는 계속해서 그 배 한척의 뒤꽁무니만 바라봤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 큰 화물선이 멀어져가면서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 순간 제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배가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바다 속으로 침몰한 것도 아니고...

 

비록 제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그 배가 없어져 버린 것은 절대 아니겠지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제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 배는 어느 바다 위에 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 반대쪽 나폴리라든지 부에노스아이레스라든지 또 다른 아름다운 항구에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똑같은 이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이 세상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게 주어진 이번 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이 현실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하고 거부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죽음이 예수님의 죽음으로 인해 정복된 것입니다.

 

이제 죽음은 또 다른 세상,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는 관문이 된 것입니다.

 

얼마간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더 들고, 병들고, 그렇게 끝이려니 생각했었는데, 또 다른 생이 있다니, 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축복입니까?

 

우리네 인생의 바다 저 건너편에 또 다른 대륙인 하느님 나라가 존재한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인한 축복인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고 고달프다하더라도,

매일이 죽기보다 힘든 삶이라하더라도 또 다시 희망하고 용기를 내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세상이 지나가면 그것으로 인생 종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아름다운 세상, 하느님 나라가 있고, 그곳에서 우리를 끔찍이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심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은 이 세상보다 훨씬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 함께 하는 불멸의 세상이요 영원한 생명이 보장되는 세상입니다.

 

지금 우리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모든 지상적인 것, 육체적인 것이 다가 아니라 보다 영원한 것, 보다 가치 있는 것, 불멸하는 것,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대상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아름다운 나라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풍요롭고 충만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안고 오늘 나 자신의 이 비참함, 이 현실의 혹독함을 기꺼이 견뎌나가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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