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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07 조회수 : 572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복음: 요한 18,1-19,42 

 

키레네 사람 시몬이 진 십자가 

 

언제나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사나이는 자신을 늘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번은 마음 사람들이 다 모여서 멀리 있는 곳으로 짐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사나이도 다른 사람들처럼 짐을 짊어지고 나섰습니다.

한참 가다보니 사나이는 다른 이들보다 자신의 짐이 더 무겁고 커 보여 몹시 기분이 나빴습니다. 

 

“난 역시 재수가 없어!”  그는 갑자기 힘이 빠져 가장 뒤쳐져 걸었습니다.

길이 너무 멀어 마음 사람들은 중간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게 되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사나이는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몰래 일어나 짐을 쌓아둔 곳으로 살금살금 걸어갔습니다. 

 

사나이는 어둠 속에서 짐을 하나하나 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중 가장 작고 가벼운 짐에다 자기만 아는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날이 밝자 그는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몰래 표시해 둔 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짐은 바로 어제 온종일 자신이 불평하고 지고 온 그 짐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려거든 제 자신을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매일 내가 견뎌야 하는 십자가의 무게 때문에 불평을 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길을 지나던 키레네 사람도 그랬습니다.

다른 사람도 많은데 갑자기 자기가 끌려가서 사형수의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가야 했으니 그 불평이 여간 했겠습니까? 그러나 그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마카리우스라는 제자가 어느 날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속에서 주님이 더없이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본 마카리우스는 주님께로 달려가서 십자가를 대신 져 드리겠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님은 그가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걸어가셨습니다.

마카리우스는 또 다시 주님께로 달려가 간청했습니다.

“주님, 제발 저에게 십자가를 넘기십시오.” 

 

그러나 이번에도 주님은 그를 모른 체하시며 십자가를 양어깨로 무척 힘들게 걸쳐 매고 묵묵히 걷기만 하셨습니다. 

마카리우스는 가슴이 아프고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끈기 있게 주님 곁에 붙어서 십자가를 넘겨달라고 다시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마카리우스에게로 몸을 돌리셨습니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카리우스, 이것은 내 십자가란다. 네가 조금 전에 내려놓은 네 십자가는 저기 있지 않느냐?

내 십자가를 져주려고 하기 전에 네 십자가부터 지도록 해라.” 

 

마카리우스는 뒤로 돌아 주님이 가리키신 곳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그는 자기 십자가를 메고 예수님이 기다리시는 곳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와 보니 놀랍게도 예수님의 어깨에 있던 십자가가 온 데 간 데 없어 졌습니다. 

 

“예수님, 예수님의 십자가는 어디로 간 겁니까?”

그때 예수님이 빙긋이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네 십자가를 지는 순간 이미 내 십자가를 진 것이니라.” 

 

마카리우스는 자신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대신 져준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리스도께서 마카리우스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고 계셨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얼핏 생각하면 예수님의 십자가를 키레네 사람 시몬이 대신 져 주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시몬이 진 십자가는 바로 자기 자신의 십자가였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실 아무 이유도 없는 분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데 우리는 당연하게 그분이 당신의 십자가를 지는 것이고 우리는

그분의 십자가를 나누는 것이라 반대로 생각합니다. 

 

구원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나의 십자가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시몬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차차 불평이 없어지고 그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결국 예수님은 시몬의 십자가를 그가 질 수 있는 만큼만 허락하시고 나머지는 당신이 대신 진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지는 십자가는 그분이 대신 져 주는 것에 비하면 아주 미약하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따라서 우리도 우리 십자가를 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예수님도 대신 져주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십자가를 조금이라도 지고 가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십자가를 대신 져 주실 수 있는 분이 예수님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허락하시는 십자가를 기꺼이 질 수 있는 사람만이 그리스도께서 지신 십자가가 자신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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