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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3-12 조회수 : 525

요한 4,5-42 

부모를 예배하지 않으면 온전한 부모가 될 수 없다 

 

김창옥 강사는 수많은 강의를 하며 기쁨과 공감을 주는 일을 했지만, 현실은 공허함과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었지만, 심지어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어디라도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한 노 수사님과 면담을 하였습니다.

수사님은 일을 잠시 쉬고 프랑스 시골에 있는 수도원에 가서 두 주 정도 피정을 하라고 권해주었습니다.

얼마나 절박했는지 김창옥 씨는 생전 처음으로 휴가를 내고 말도 안 통하는 수도원에 들어가서 피정하게 됩니다.

그러다 자기 내면에서 이러한 목소리를 듣고는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래, 너 여기까지 잘 왔다!” 

 

이 위로를 받고 어느 정도 다시 힘을 낼 수가 있었습니다.

김창옥 씨의 아버지는 김창옥 씨에게 능력 없고 창피한 분이었고 무섭고 닮기 싫은 분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존경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로 살아야 했고 또 아버지와는 다르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쳐갔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예배하는 분에게 힘을 얻어 그분처럼 살아갑니다.

김창옥 씨는 예배할 대상이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한 사마리아 여인을 우물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을 청합니다.

당신께 예배하기를 바라시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섯 남자와 살고 있었지만, 삶에 지쳐 물을 뜨러 온 상태였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생명의 물, 곧 영과 진리를 주실 분임을 밝히십니다. 

 

여인은 이제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랑으로 자신의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됩니다.

이에 예수님도 양식을 먹은 것처럼 흡족해하십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 4,34) 

 

예수님도 아버지께 예배를 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하느님 자녀를 탄생시키고 그렇게 흡족해하시는 장면입니다.

예배드리지 않는 인간은 삶에서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심순덕 시인은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31세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리움에 사무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시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엄마가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내용입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특히 자신이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고 엄마가 액자 속 사진으로만 남았을 때,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 시인은 이 시를 쓸 때 힘이 들었을까요, 아니면 힘이 났을까요?

어머니를 생각하며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힘은 내야겠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이것이 어머니를 예배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되는 방식입니다. 

 

심순덕 시인에게 어머니께서 보여준 모범과 가르침이 ‘진리’입니다.

그리고 자녀를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이 ‘영’, 곧 ‘은총’입니다.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하는 자는 또한 영과 진리로 누군가를 새로 태어나게 합니다.

누군가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것은 또한 나의 피 흘림인데 어머니를 예배하며 피 흘리면서도 힘을 냅니다.  

 

교회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하는 자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예배하게 함으로써 생기 있는 신앙인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 중학교에서 도덕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부모님을 30일 동안 칭찬하고 일기를 써 오라고 숙제를 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도 쑥스럽고 부모도 쑥스러워했습니다.

서른 번의 칭찬이 끝나고 아이들은 “그냥 밥만 먹고 잠만 자는 곳이었는데, 요즘 집이 좋아요.”,

“부모님을 칭찬하면서 나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칭찬을 마친 내가 참 대견스러워요. 나도 참 괜찮은 사람 같아요”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참조: ‘엄마가 울었다’, 지식채널 e, 유튜브] 

 

이런 예배를 통해 아이들도 이제 부모가 될 준비가 된 것입니다.

부모를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하지 않는 자가 온전한 부모가 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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