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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0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3-02 조회수 : 433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각각 차 사고를 연출한 장면을 보여주기 전에, “차가 부딪쳤다.”라고 설명해주고 보여준 그룹과 “차가 박살 났다.”라고 설명하고 보여준 그룹의 기억 차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그 결과 ‘차가 박살 났다.’라는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그 장면에서 ‘차의 유리 파편이 튄 모습이 있었다.’라고 기억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보여준 사고 장면에는 그런 모습이 없었습니다. ‘박살 났다.’라는 강한 표현의 단어를 들은 것만으로도 사고가 크게 났다는 느낌이 마음에 남았고, 그로 인해 그 장면에 대한 기억을 돌이킬 때 유리 파편이 날리는 모습까지 같이 떠올린 사람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기억은 거짓 기억 또는 잘못된 기억이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 기억만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기억이란 결코 바뀔 수 없는 명확한 기록은 아니었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자주 봅니다. 그러나 때로는 거짓 기억, 잘못된 기억에 의해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도 너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 어쩌면 우리의 거짓 기억, 잘못된 기억에 따른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신 말씀이 아닐까요? 용서하지 않는 마음으로는 너무나 힘든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아는 것처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좋은 것을 가득히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멈추지 말고 바라는 것을 청하고, 포기하지 말고 얻을 것을 찾을 것이며, 망설이지 말고 하느님을 향한 문을 두드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하느님의 사랑을 따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라고 하십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해야 합니다. 왜곡된 사랑이 아닌 진실한 사랑을, 나의 욕심을 채우는 사랑이 아닌 이웃의 만족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랑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의 기억을 바로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된 기억과 거짓 기억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의 사랑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용서할 수 있습니다. 남이 내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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