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일
새 아담
[말씀]
■ 제1독서(창세 2,7-9; 3,1-7)
인류의 탄생을 악의 결과로 보았던 고대근동의 창조 이야기와는 달리 성경은, 하느님은 당신 모습대로 인간을 창조하시며 친교를 나누기를 원하시는 분, 인간에게 충만한 삶을 선사하신 분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과의 친교를 포기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기를 원한 나머지 그분의 계명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잣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큰 잘못(=원죄)을 범한다. 즉 자신들이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한 것이다.
■ 제2독서(로마 5,12-19)
유다인들은 모세의 율법을 철저히 지키기만 하면 하느님께서 구원을 보장해 주신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이러한 구원관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하느님을 기계적으로 행동하시는 분으로 해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구원은 인간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희생시키심으로써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푸시는 은총의 선물이기에 우리는 이 선물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와 함께 이를 구체적인 행위, 무엇보다도 사랑 실천을 통해서 드러낼 각오를 앞세워야 할 것이다.
■ 복음(마태 4,1-11)
매우 상징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복음저자 마태오는 그리스도와 사탄을 대립 관계에 있는 존재로 묘사한다. 사탄은 하느님의 말씀을 조직적으로 왜곡하여 오로지 인간을 위한, 인간 편한 대로의 말씀으로 변형시키고자 하나, 성령으로 충만하신 그리스도는 이러한 악의적 시도를 단호히 거부하신다. 민중선동이나 지나치게 인간적인 힘 행사 또는 믿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적 등은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벗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리스도는 순수하고 참된 사랑의 길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쏟으실 뿐이다.
[새김]
■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음을 말씀과 행적뿐만 아니라 십자가에 이르는 고통과 죽음으로 드러내 보이신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마련된 은총의 사순시기이다. 구약의 사람들이 약속의 땅에 다다르기 위해서 내적 외적으로 무수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것처럼 봉사하는 삶, 사랑하는 삶으로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느님과의 만남이라는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실패와 좌절을 마다하지 않는 긴 시간의 여정이 필요하다. 사순시기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 어떠한 삶이면 이 사순시기를 은총의 시기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사탄의 유혹 앞에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모습을 그대로 본받으면 되지 않을까? 필요 이상의 빵, 곧 물질로부터 해방되고 이웃과 나눔으로써 자유의 몸임을 확인하자! 지나치게 인간적인 성취감에 도취되어 하느님이 아니라 사탄에게 엎드려 절하는 비굴함을 떨쳐버리자! 신앙인으로 살면서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고통에 굴복하여 하느님의 존재와 능력에 의심을 갖는, 어떤 고통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시험하는 못난 모습을 벗어버리자!
교우 여러분, 회개와 사랑 실천으로 은총 많이 받으시는 사순시기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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