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지방으로 강의 갔다가 인상 깊었던 기억이 떠올려집니다. 저녁 8시부터 시작하는 강의이기에, 강의 전 해장국집에 들어가 혼자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식사하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저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계속해서 저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상당히 거북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지요.
‘내가 지금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나?’, ‘혹시 여기 있는 분들이 모두 가톨릭 신자라서 방송에 나오는 나를 알고 있는 것일까?’, ‘내가 이상하게 생겼나?’ 등의 생각을 하면서, 계속 불편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에 연세 지긋한 형제님께서 저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저씨, 죄송한데요. 텔레비전 볼륨 조금만 키워주실래요?”
저를 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고, 사람들은 이 텔레비전을 보며 식사 중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저를 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하느님 덕분에 이렇게 강의하는 것이고, 방송도 하고,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제가 잘 나서도 또 능력이 뛰어나서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바라보는 삶이 아닌, 저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착각에 빠집니다. 내가 잘 나서, 능력이 뛰어나서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 하느님을 제외합니다.
성모님을 포함해서 많은 성인 성녀를 떠올려보십시오. 그들 모두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분들 자체도 특별한 능력과 재주가 있었겠지만, 이 모두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며 자신을 계속해서 낮추셨습니다. 그 결과 모든 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특별히 하느님의 큰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벙어리 영이 들린 아들을 고쳐주십니다. 사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벙어리 영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지요. 그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꾸짖으십니다. 전승에 의하면 벙어리 영은 오로지 하느님만이 쫓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따라서 제자들은 하느님의 힘을 믿고 그 힘으로 쫓아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자기 힘만으로 쫓아내려고 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벙어리 영이 들인 아들의 아버지가 예수님께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시지요.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자기 영광을 떠올리면 모든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나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하느님을 바라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부족한 믿음이 점점 커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불가능한 일도 없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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