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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2-09 조회수 : 539

내가 죽었다고 믿어야만 악에서 해방되는 이유 
 
 
2017년 6월 청년 창업 지원과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내놓은 방법은 청년들이 음식을 판매하는 청년몰입니다.
여기는 창업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임대료도 다른 업소들에 비해서 10분의 1 정도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실패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백종원 씨가 여러 가지 솔루션을 주었고 이 방송은 커다란 홍보 효과를 낳았습니다.  
 
지난 2018년 SBS ‘골목식당’에 나온 뒤 손님들이 줄을 이었던 인천 신포국제시장 청년몰.
지금은 문을 연 점포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대전 청년구장의 청년몰 역시 2021년 모두 폐점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여파도 없지 않아 있겠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모든 상인이 망한 것은 아닌데도
왜 유달리 청년몰은 전국적으로 다 망했을까요?  
 
백종원 씨는 2019년 청년구단을 기습 방문하여 청년구단 대표들을 모아놓고 정확히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장사가 장난입니까?
이렇게 장사하면 다 망해요.
왜 가게 세가 이렇게 낮은데 여러분들은 다른 곳과 같은 가격대를 형성합니까? 내가 분명히 가격 내리라고 했는데. 그리고 왜 다른 업소에서 파는 것을 내가 팝니까?
서로서로 잘 돼야 하지 왜 나만 잘되려고 합니까? 여러분들은 이것을 통해 장사 경험을 쌓는 학교,
다양한 손님을 접하는 기회가 되는 걸로 족해요. 그런데 서로 자기가 더 매출을 올리려고 하고 있잖아요.
내가 2~3년 안에 망하지 않으면 손에 장을 짖어요.” 
 
코로나의 영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네티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망하는 집 이유 있고, 흥하는 집 이유 있다.
15만 원 임대료 내면서 150만 원 임대료내는 프랜차이즈 가게처럼 비싼 가격으로 장사하다니. 팔아주러 갔다가 헛웃음 나오고 오만 정 다 떨어졌다.” 
 
누가 망하고 싶을까요? 하지만 사람이 함께 살아가다 보면 그래도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살아남으려면 천상 남을 이겨야 합니다.
그러니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함께 망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비단 작은 청년몰의 경우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 나라가 그러하고, 전 세계가 그러합니다.
예수님은 악이란 것이 외부의 영향이 아닌 자기 자신들 안에서 나온다고 하십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20-23) 
 
예수님은 이러한 나쁜 생각들과 행동들이 나쁜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하지 않으십니다.
그냥 사람의 마음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믿음이 없는 세대가 오면 세상이 멸망하게 될 이유입니다.
우리라도 나쁜 생각이 아닌 좋은 생각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그들은 백종원 대표의 말을 들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물리쳤고 결과는 함께 망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김여환 의사의 『천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에 ‘임종 전 죽음을 예고하는 다섯 가지 증상’이란 동영상이 있습니다.
어떤 증상들이 있을까요?
1. 먹고 마시고 싶은 생각이 사라집니다.
삶의 의욕을 더는 붙잡고 있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2. 잠자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3~4일을 내리 자다 문득 일어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다시 긴 잠에 빠지기도 합니다. 
3. 몸이 편안해집니다.
고통이 덜해지며 구토감이 없어지고 더는 기침도 나오지 않습니다. 
4.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합니다. 이렇게 말하신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오후에 내가 시내에 마지막으로 볼일이 있거든. 외출을 허락해줬으면 좋겠어.”
5. 갑자기 기운을 차려 가족들에게 추억거리를 얘기하거나 덕담을 건네기도 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나면 사실 가족들보다 본인이 더 자신이 마지막 때임을 느낍니다.
곧 죽는다고 느끼면 이렇게 육체적인 욕망도 사라지고 집착도 사라집니다.
그러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몸도 편안해지고 나를 위해서가 아닌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악해지는 이유는 살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몇 번이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6,25) 
 
백 대표의 말은 함께 살기 위해 자기를 포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백 대표의 말을 받아들일 겸손함이 없었던 것입니다.
반면 오늘 복음의 여인은 예수님께서 그녀를 거의 죽이다시피 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르 7,28)
예수님께서는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마르 7,29)라고 하십니다.
겸손한 이에게는 마귀가 발을 붙일 수 없습니다. 겸손이란 죽은 상태입니다.
겸손은 말 그대로 땅을 상징합니다.
땅은 모든 죽은 생명들의 마지막 상태입니다.  
 
‘삼사라’란 영화에서 자기 육체의 욕망을 없애고자 몇 년 동안의 고행을 했지만, 결국 사라지지 않아 파계한 스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살다 보니 다시 도망쳐 스님으로 살고 싶어집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에서부터 이미 죽은 사람처럼 살 수 있습니다.
호스피스에서 돌아가시기 얼마 안 남으신 분들은 이미 자신이 죽었다고 믿습니다.
믿음의 효과는 마치 플라시보 효과처럼 내가 그렇다고 믿어버리면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가 죽었다고 믿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죽었습니다.
믿으면 효과가 나타납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다고 합니다.
믿으면 효과가 생겨납니다.  
 
죽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자기 힘으로 죽으려고 하는 것이고 그 말 안에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믿음이 존재합니다.
그러면 절도 못 죽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끌어안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우리도 죽은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그분은 정말 우리 인성을 끌어안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 이미 죽었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마음 안에서 악이 솟아나지 않습니다.
임종 직전의 환자처럼 좋은 것만이 나옵니다.
“나는 죽었습니다”라는 믿음의 효과가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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