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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1-26 조회수 : 488

성령의 불이 타오르게 하는 유일한 방법 
 
 
요즘 넷플릭스에서 흥행하는 우리나라 영화 ‘정이’의 줄거리입니다.
지구 종말쯤 인류는 지구를 떠난 새로운 정착지들을 우주에 만들었는데 내전이 발생하였습니다.
몸이 약한 서현의 수술비를 위해 전쟁에 나간 엄마 정이는 영웅적인 전쟁영웅이 되었지만 결국 정이가 수술하는 날 뇌사상태가 됩니다.  
 
큰 기업들은 정이의 전투 능력을 그대로 옮기기 위해 정이의 뇌를 로봇들에게 주입합니다.
이런 가운데 서현은 성인이 되어 엄마의 뇌로 A.I. 로봇들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습니다. 
 
서현도 뇌를 다른 기계의 몸에 넣으면 영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기계인 줄만 알았던 엄마의 로봇에서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딸에 대한 사랑의 영역이었습니다.  
 
서현은 이제 뇌사상태로 누워 있는 엄마가 아닌 로봇에게 무언가 책임을 느낍니다.
그녀에게도 모성애가 발동하는 것입니다.
이제 엄마가 아기처럼 무언가를 배우는 로봇이고
아이가 엄마가 되어 폐기될 로봇에게 새 인생을 살도록 목숨을 겁니다.
한갓 로봇을 인격체로 취급하는 것을 알게 된 회사에서는 가만있지 않았지만, 서현은 자기 목숨을 버려가면서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로봇을 자유롭게 살도록 풀어주고 보내줍니다.  
 
이 영화는 공상과학 SF 물이지만, 실제로는 한 아이가 어떻게 어머니가 되어가는지 그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누군가를 또 키워내고 독립적인 존재로 만들려는 과정에서 활활 타오릅니다.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도 부모가 되려는 의지가 없다면 그냥 싹이 트지 못한 씨앗처럼 우리 안에서 썩어버리는 것입니다.  
 
오늘은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많은 일꾼을 보내달라고 주님께 청하라는 내용입니다.
목자는 부모가 되어주는 사람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탄생시키는 하느님 자녀들의 어머니입니다.
이 역할을 맡았던 분들이 바오로 사도의 제자들이라 볼 수 있는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렇게 씁니다.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2티모 1,6) 
 
안수로 받는 것은 성령입니다.
그런데 성령은 그냥 불에 타는 것이 아닙니다.
차에 연료를 넣어도 움직이려는 마음이 없으면 그 연료는 연소하지 않습니다.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은사를 불태우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오로 사도가 준 성령은 어머니가 딸에게 준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피 흘림입니다.
피 흘림은 피 흘릴 때 그 사람은 안에서 불탑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2티모 1,7.8)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받으시고 광야에서 단식하시며 기도하셨습니다.
이는 성령의 불을 끄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성령은 우리 안에서 작게 타오릅니다.
그리고 육체의 욕망을 채울 때 꺼집니다.
영과 육은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당신 성령은 내어주시기 위해 십자가의 죽음의 길로 나아가셨습니다.
이때 성령께서 가장 활활 타올랐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령을 받기만 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 성령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기도와 단식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멈추지 말고 이웃의 영혼을 성장시키기 위해 나도 피를 흘려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해야 합니다.
바로 서현이 어머니를 닮은 하나의 로봇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죽음을 감수한 것과 같습니다. 
 
이때 어머니에게서 받은 성령이 가장 활발히 타게 됩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기쁨과 평화, 그리고 영원한 생명입니다.
성령이 활발히 탈 때 육체적으로는 죽는 것 같지만 그 생명은 가장 완전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참하여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입니다.  
 
만약 사제가 본인 혼자 묵상하기 위해 기도한다면 성령의 불이 탈까요? 물론 불씨가 꺼지지는 않을지라도 활활 탈 수는 없습니다.
신자들을 위해 피를 흘리려고 할 때 그제야 부어진 성령이 불이 되어 나를 태웁니다.
성령은 내가 이웃사랑의 뜻으로 불살라지기를 원할 때 우리 안에서 타게 되는 것입니다. 
 
유튜브에는 가상현실 VR을 쓰고 일주일, 혹은 100일까지 살아본 이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처음에 그들이 느끼는 것은 자유입니다.
이 세상에서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허무함’ 자체입니다. 
 
그들이 가상 세계에서 나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진짜 자기 친구를 만나 그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려 할 때야만 우리 안에 심어진 성령의 불씨가 타오르고 그제야 기쁨과 평화도 생겨납니다.
행복해지고 싶거든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합시다.
성령의 불을 태우는 방법은 이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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