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준비하지 않는 이유: 인생을 공짜라고 여기기에
오늘은 새해 설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새해를 시작하며 욤 키푸르라 해서 속죄 예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하였습니다.
한 해 축복받기 위한 준비를 먼저 하는 의미입니다.
우리도 새해 많은 축복을 받기 위해 먼저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한 해 시작부터 잠자고 준비되어 있지 못하면 한 해가 축복일 수 없습니다.
먼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인생이란 어떤 삶일까요? 그저 생존하는 삶입니다. 그러면 말년이 어떻게 될까요?
후회할 것이고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본래는 그러한 뜻은 아니라고 하나 조지 버나드 쇼 묘비에 새겨져 있다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얼마나 많은 후회가 있습니까? 우리는 왜 우물쭈물하게 될까요?
조폭 두목인 쓰촨성의 한룽그룹 류한 회장은 7조 원의 재산으로 전 세계 부자 순위 148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2014년 경쟁자 8명을 살해하는 등 11개의 죄목으로 조직원 4명과 함께 사형당했습니다.
집행관이 사형집행을 위해 그의 어깨를 잡자 49세의 그는 갑자기 펑펑 울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노점이나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족을 돌보면서 살고 싶다.
내 야망과 인생, 모든 게 잠깐인 것을,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물처럼 그냥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악쓰고 소리 지르며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 한마디 참고 물 한 모금 먼저 건네주며 잘난 것만 재지 말고 못난 것도 보듬으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며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걸 그랬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모든 게 잠깐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을꼬. 2015년 2월 사형을 기다리며.”
인생이 숙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에게 무언가 받으면 부모에게 숙제해야 하고 하느님께 무언가 받았으면 하느님께 숙제해야 합니다. 인생에 공짜는 없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용배 씨의 자전적 고백입니다. 그는 조선일보의 일사일언 난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실내악 수업 학기 말 실기 시험 때의 일이다.
한 학기 동안 충분히 호흡을 맞춘 우리 삼중주 팀은 나름대로 자신 있게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심사 교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주임교수가 갑자기 피아노 옆으로 다가오더니 직접 악보를 넘겨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피아노계의 거장인 은사가 곁에 앉아 손수 악보를 넘겨 주신다니 황송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 당황했지만 어쨌든 연주는 시작되었다. 한참 곡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정확히 악보를 넘겨주던 그 노교수가 갑자기 악보를 넘겨야 하는 부분이 가까워져 오는데도 도무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악보를 넘기기 위해 손을 건반에서 떼어야 했고 연주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그 노 교수는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연주 도중에는 온갖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네. 피아니스트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 넘기기 직전의 한두 줄, 그다음 장의 한두 줄은 꼭 외우고 있어야 돌발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는 것이야.
100% 준비는 항상 부족하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우리는 왜 준비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단순합니다.
거저 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거저 받으면 보답할 이유가 없습니다.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 준비입니다.
어느 현명한 왕이 현자들에게 세상의 진리를 담은 책을 만들라고 명하였습니다.
현자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12권의 책을 왕에게 가져왔습니다.
그러자 왕은 다시 한 권으로 줄이라고 했습니다.
현자들은 몇 달 뒤에 한 권의 책으로 요약해서 가져왔습니다.
왕은 그것도 많다며 한 문장으로 뽑아내라고 했습니다.
현자들이 진땀을 빼며 한 문장으로 뽑아 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그들이 만든 문장을 보고 매우 기뻐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내가 바라는, 여러분들이 바라는 ‘세기의 지혜’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것을 배우면 그동안 고뇌하던
모든 문제가 곧 해결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현자들이 후세에 물려준 단 한 문장으로 된 세기의 지혜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가 사기를 맞는 이유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에 예외가 있을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받는 것이 있다면 그 속에는 반드시 숙제가 담겨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젖을 주고 키워도 제때 일어나 걷고 제때 말을 할 수 있고 또 제때 학교에 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물며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든 분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거저 받는 것을 있을 수 없습니다.
거저 생길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절로 거저 받았다고 믿는 것입니다.
내가 거저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것이 교만입니다.
이러한 교만이 우리를 우물쭈물 살게 합니다.
만약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여러분에게 그냥 쓰라고 1억 돈다발을 준다고 해 봅시다.
앞뒤 안 가리고 덥석 받을 분 손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손을 못 드는 분이 더 많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것이 공짜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인생은 공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받았으니 말입니다.
생명이 어떻게 저절로 생겨날까요? 그런 생명체는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거저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교만은 나를 막 살게 만듭니다.
결국 생존만 쫓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숙제를 제출해야 할 때가 되면 후회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헛살지 않기 위한 그 가장 좋은 방법이 ‘십일조’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모든 것이 공짜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선악과를 바치라고 하시며
당신이 주셨다는 부담을 갖도록 하셨습니다.
이 부담이 없으면 인생을 헛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한 해 시작하며 십일조를 봉헌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모든 것은 주님의 것이라는 믿음은 내가 받는 90%도 공짜가 아닌 의미 있는 무엇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해를, 우리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선악과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느님께서 마련해놓으신 가장 확실한 장치입니다.
우리가 종임을 잊지 맙시다.
오늘 복음에서 깨어 있지 못했던 종들은 자신이 종인 줄 모르고 주인인 줄 착각했던 이들입니다. 봉헌하는 삶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느낄 때 우리는 부담을 느끼게 되고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숙제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인생이 준비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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