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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1-18 조회수 : 499

< 안식일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 
 
나를 가장 귀하게 여기시는 분 
 
 
제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세상에서의 행복을 좇고 있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간신히 대학을 다니던 저에게 가장 부러운 대상은 개그맨 이휘재씨였습니다.
저는 여전히 미래가 불안한 가난한 대학생이었지만, 그는 저와 같은 나이에 벌써 출세하여 돈과 인기와 명예를 온 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돈과 명예와 인기를 많이 얻지 않으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고,
그런 세상 앞에 저는 너무나 작게 느껴졌었습니다.
제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그분의 뒤를 따르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분의 사랑은 제가 세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존재이지, 세상에 억눌릴 작은 존재가 아님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이제는 세상의 부와 명예와 권력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결코 부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쌍하게 보입니다. 
 
오늘 복음에도 그런 사람이 나옵니다.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입니다.
커다란 불구는 아니지만 세상에 떳떳하게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불구는 죄 때문이라고 여겨지는 때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이 사람을 ‘가운데’로 불러 세우십니다.
회당에서 ‘가운데’ 설 수 있는 사람은 사제나 바리사이, 혹은 율법학자들처럼 사회의 큰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한쪽 손이 오그라든 이 사람도 유대 지배자들과 동등하게 당당히 중앙에 설 수 있고 똑같은 행복을 누려야 하는 평등하고 존엄한 인간임을 보여주고 계신 것입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더 이상 웅크리지 말고 가슴을 펴라는 말씀입니다.
세상의 아무리 유명한 사람들 앞에서도 오그라들지 말고 숨지 말고 당당히 머리를 들라는 말씀입니다. 
 
결국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들은 그들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마는
지푸라기와 같은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이런 것을 못마땅해 합니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은 ‘상대적인 행복감’을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나보다 더 가난하고, 인기가 덜 있고,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야 자신들의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자신들의 힘에 우리가 여전히 짓눌리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구원자만이 우리의 참된 가치를 알아주십니다. 
 
제가 깨끗한 5만 원권 지폐를 들고 아무 조건 없이 원하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하면 거부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지폐를 마구 구겨서 그것을 다시 들고 가지고 싶은 사람 있느냐고 묻는다면
여러분들은 어쩌시겠습니까?
물론 구겨진 것도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넌 구겨진 돈이야. 네가 어디서 우리와 같은 급으로 놀려고 그래.
우리는 너보다 더 잘났고 영향력도 장난 아니지. 너는 너와 같은 하층부류와 어울리도록 해.’ 라고 말합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아무리 구겨진 우리들도 같은 존귀함을 지닌 귀한 존재임을 알아주시는
유일한 분이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이 참다운 해방자이신 것입니다. 
 
오늘 손이 오그라든 사람도 예수님께서 중앙에 세우시고 팔을 뻗으라고 하시지 않으셨다면
그는 여전히 사회의 한 구석에서 웅크리고 살았어야 할 것입니다.
나의 존재가치를 알아주는 분만이 나를 해방시켜주실 수 있는 분입니다. 
 
예전에 어떤 미국 고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새 학년 반을 편성하여 담임을 정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반은 머리가 더 똑똑한 아이들만 모아놓은 반이었고 나머지는 보통 아이들로 이루어진 반이었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 역시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반의 아이들 성적이 다른 반들보다 월등히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담임선생님을 불러 1년 동안 고생했다고 칭찬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담임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원래 머리가 좋은 아이들을 모아놓으셨기 때문에 점수가 잘 나온 것이지 제가 특별히 잘 한 것은 없어요.”
교장선생님은 그 때야 솔직히 말해 주었습니다. 
 
“아닙니다. 그 땐 제가 거짓말로 그렇게 말했던 것이고 사실은 모든 반이 같은 수준의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반만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선생님이 그 반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보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전에 김민경씨가 쓴 [괜찮아, 엄마는 널 믿어]라는 책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게임에 빠져 자퇴까지 결심했던 아이를 끝까지 믿어주어 고등학교 전교1등, 연세대 4년 장학생으로 키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민경씨는 ‘아이는 엄마가 믿는 만큼 자란다.’는 것을 굳게 믿어왔던 것입니다. 
 
예수님도 우리 각자 하나하나를 굳게 믿고 계십니다. 
동물처럼 순간적인 쾌락을 쫓는 존재가 아닌,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존엄성을 지닌 존재들이란 것을 알고 인정해 주십니다. 
 
그래서 해바라기가 해를 보듯 그분의 말씀만 따른다면 우리도 세상의 작은 태양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세상의 어떤 것에도 주눅 들어서는 안 되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세상을 이기신 분을 따르면 우리도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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