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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1-16 조회수 : 530

새 술은 새 부대에 
 
 
저는 가난하게 사시는 한 신부님을 압니다.
그 신부님이 아시는 다른 신부님을 만나려 함께 간 적이 있었습니다.
미사를 함께 드렸는데 성작과 성합이 매우 아름답고 값어치 있게 보였습니다.
저와 함께 간 그 신부님은 미사 도중에도 그 아름다운 성작의 문양을 손으로 만져보는 등
그 화려함에 경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오는 도중 그 신부님은 저에게  “오늘 좋았지? 근데 내가 오늘 그 신부에게 사는 게 너무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냐고 충고를 해 주었어.”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가난하게 사시는 그 신부님을 존경하면서도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신부님, 각자 삶의 방식이 있으니 당신이 가난하게 사신다고 남에게 뭐라고 하시면 안 돼요.
성인들이 다 가난했던 것은 아니잖아요.”
그랬더니 그 신부님이 “그럼 부자가 성인이 되나?”라고 되묻기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교황님들을 생각해 보세요. 많은 성인 교황님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은 가난하게 살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분들이었잖아요.” 
 
그 신부님은 더 이상 저에게 말을 하실 수 없었습니다. 
가난한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다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부자라고 다 죄인인 것도 아닙니다.
속으로는 행려자가 더 부자일수 있고 재벌이 더 가난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것을 자랑하는 사람은 부자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전 어떤 신학생으로부터 이 말을 듣고 충격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무 우리의 심리를 잘 표현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에 따르면, 위의 제가 아는 신부님은 겉으로는 가난하게 살지만 사실은 부자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부자로 사는 동료 사제에 대해 화가 났던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억지로 짓누르고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난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다른 이들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들이 나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와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라고 묻습니다. 
 
단식은 참 좋은 것입니다. 
육체의 욕망을 제어함으로써 영적인 능력을 극대화하게 만듭니다.
성경에 보더라도 ‘단식과 기도’를 자주 함께 사용함으로써 단식이 기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모든 상황에 강요되어져서는 안 됩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할 수야 없지 않으냐?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 
 
혼인잔치에서 단식하는 일은 오히려 잔치에 초대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초대받았을 땐 왕창 먹어줘야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신랑이고 당신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필요가 없음을 일깨워주십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모든 상황에 적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길들이 있듯이 누구나 다 각자의 길로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완덕으로 향하는데 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좋은 것이라도 적재적소에 올바르게 적용되어야 함을 말씀하시기 위해 이런 비유를 들어주십니다.
“아무도 새 천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깁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헌 옷에 기워 댄 새 헝겊에 그 옷이 땅겨 더 심하게 찢어진다. 
또한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내가 따르고 있는 것들이 항상 상대방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헌옷은 헌옷 조각으로 새 옷은 새 옷 조각으로 기워야 옷이 상하지 않습니다.
술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발효하여 터지고 맙니다. 
 
내가 하는 것들을 남들에게 강요하지 않도록 합시다.
하느님은 그들을 다른 방법으로 부르고 계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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