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같은 사람
제가 25세가 되었을 때, 신학교에 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인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누구도 대답을 주지 않을 때 대천 앞바다에 옷을 입은 채 그대로 뛰어들었습니다.
겨울이었고 밤이었고 술 한 잔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바다는 대답을 해 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자살하러 물속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그 추운 겨울에 저와 함께 갔던 사람들이 옷을 입은 채 절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신학생 때 무작정 떠나고 싶은 적이 있었습니다.
방학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즐겁게 놀아도 무언가 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다였습니다.
부모님께 말도 안 하고 그냥 가방을 메고 무작정 강릉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도착하니 너무 늦은 밤이라 숙소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경포대 해변에서 아침을 기다리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동이 터 올 무렵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불덩이가 바다에서 치솟았습니다.
모래사장 위에서 아침 성무일도를 바쳤습니다.
기도의 맛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을 떠나 바다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를 보는 눈은 인생을 보는 눈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말도 합니다.
아침 녘 바다를 좋아하면 인생의 시련을 많이 겪은 사람이고, 석양 무렵 바다를 좋아하면 인생을 낭만적으로 여기는 사람이고, 밤바다를 좋아하면 인생에 당당하고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참조: 내 인생의 화양연화, 123]
그러니까 바다는 인생의 어려움을 뚫고 힘겹게 도착한 사람에게도 인생을 낭만적으로 산 사람에게도 모험하며 산 사람에게도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바다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바다의 모양은 수없이 다양하고 변화무쌍해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혹은 기쁠 때도,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 때도 사람들은 바다를 찾습니다.
왜 바다는 그렇게 사랑을 받는 것일까요? 아마도 모두를 품어줄 수 있는 넓은 가슴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도 보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습니다.
“모두 스승님을 찾습니다.”
모두가 예수님을 찾습니다. 왜일까요?
예수님은 아픈 사람을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 주시고 고통 받는 사람을 치유해 주시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복음’, 즉 행복한 소식을 전해주시는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다 품에 안으셨습니다.
바다와 같은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 가장 사랑받는 사람입니다.
저는 신자분들이 저를 만나기를 원한다면 언제든 오라고 합니다.
마음이 넓어서라기보다는 본당을 더 이상 맡지 않기 때문에 혼자가 될까 두려운 마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잊고 찾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그러나 실상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오라고 하시지 않고 당신의 길을 가십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쫓아다닙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외로워질까 두려워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바다는 그냥 바다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좋아해 주고 찾아줍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삶 자체가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을 많은 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왜냐하면 복음을 전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만큼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도 이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주는 일을 합시다.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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