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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1-09 조회수 : 565

세례는 은혜를 갚아나가는 출발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였던 이태영 여사는, 1914년 평안북도 운산 태생으로,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평양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 때 평생의 반려인 정일형 박사를 만나 결혼했지만, 남편이 신학교 교수로 근무하던 1942년, 강의에서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이길 확률은 희박하다.”라고 한 것이 국가원수모독죄가 되어서 감옥에 끌려갔고, 결국 생계를 꾸리기 위해 교사를 그만두고 이불 장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때 가위의 날이 잘 들지 않아 “날이 잘 드는 가위 하나만 있었으면…” 하는 것이 이태영의 소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불보를 만드느라 밤새 가위질을 하고 낮에는 이불을 이고 집집마다 다니며 팔았습니다.
전차 삯을 아끼려고 이불 보따리를 이고 수십 리를 걷는 날이 허다했습니다. 
 
그런데 광복이 될 즈음에 감옥에서 나와 아내의 손을 잡은 남편은 눈물을 왈칵 쏟을 뻔했습니다.
아내의 오른손 엄지가 90도 넘게 뒤로 젖혀지고 검지와 중지도 크게 휘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일제 말기 전쟁무기를 만들기 위해 쇠붙이를 죄다 쓸어가 이불보를 자를 제대로 된 가위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날이 무디기만 한 가위질을 어찌나 많이 했던지 손가락이 휘어 기형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런 아내를 위해 이제 자신이 무거운 보따리를 바꿔 질 때였습니다.
남편의 격려로 이태영 여사는 1946년 서른셋의 나이로 법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서울대학교 역사 최초의 여대생이자 주부학생으로 입학한 이태영은 가방을 두 개 들고 다닐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여 1949년 8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5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첫 여성이 되었고 한국의 첫 여성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훗날 남편 정일형 박사는 외국을 나가거나 멀리 여행을 다녀올 때면 아내를 위한 선물을 꼭 하나씩 사 왔는데, 그것은 바로 가위였습니다.
잘 드는 가위 하나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아내의 옛 소망을 그렇게나마 풀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사 모은 가위가 200개가 넘었습니다.
[참조: 부부 가위 이태영 정일형|작성자 고야]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날입니다. 세례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하느님 사랑의 보증인 성령님을 받아야합니다. 
 
예수님도 성령님을 먼저 받고서 하느님으로부터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인정받으셨습니다. 
 
성령님은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전부로써, 성령님을 주신다는 것은 아드님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의 사랑에 비해 예수님은 아직까지는 아버지를 위해 한 것이 특별하게 없으십니다. 사실 세례 때부터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은혜를 조금씩 갚아나가시기 시작하십니다.
공생활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죽기까지 순종하여 십자가 위에서 완전히 아버지께서 베푸신 사랑을 갚으십니다. 
 
즉 받으셨던 성령님을 아버지께 다시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은혜를, 혹은 성령님을, 완전히 보답해 드렸을 때, 혹은 돌려드렸을 때, 세례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태영 여사는 남편을 위해 손가락이 기형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훗날 정일형 박사는 아내의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그녀의 공부를 돕고 그 감사의 마음을 매번 가위를 사다줌으로써 표현했습니다. 
 
정일형 박사가 받은 사랑이 성령님과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갚아나가는 사랑도 성령님입니다.
그 사랑의 증표 안에서 둘은 더욱 완전한 하나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나 홍해를 건너는 것이 세례의 상징입니다.
죄의 땅 이집트에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을 탈출하게 해 주셨고 홍해를 건넜습니다.
그러나 홍해를 건너도 여전히 사막입니다. 
 
그 세례는 비로소 여호수아를 통하여 요르단 강을 건널 때 완성됩니다.
그 전까지는 하느님의 완전한 백성이 되기 위해 이전의 자신들을 죽이는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그리스도께서 피와 물을 흘려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우리는 피와 물로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그 은혜에 합당한 사람이 되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받은 세례를 완성해야 합니다.
세례는 그 자체로 완성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을 인식하고 그에 합당한 사람이 되는 긴 여정의 출발점인 것입니다. 
 
우리도 그리스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완전히 봉헌되기까지는 우리가 받은 세례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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