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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1-07 조회수 : 414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피정을 하고 왔는데, 지도를 부산교구 허성 야고보신부님이 해 주셨습니다.
그분이 들려주신 이야기 중, ‘희망기도’로 유명한 대구대교구 최봉도 신부님이 본당 사목하실 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한 자매가 울면서 최 신부님을 찾아와 정말 하느님이 계시기나 한 것이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본 즉 이렇습니다.  
 
식구가 4명인데 월세로 한 방에서 산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알코올중독이라 일도 나가지 않고 술만 마시고, 큰 딸은 결핵에 걸렸지만 돈이 없어서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여 집에 있고, 작은 딸은 가출해서 소식도 없는데, 이번엔 자신이 다니는 직장이 부도가 나 그 자매까지 직장을 잃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월세를 내지 못해서 쫓겨날 판이고 이제 모든 식구가 길에 나앉게 되었다고 하소연하는 것이었습니다.  
 
최봉도 신부님은 그 자매에게 그러면 일주일간 속는 셈 치고 ‘감사기도’를 드리라고 하였습니다.
남편이 알코올중독인 것도, 딸이 하나는 결핵으로 죽어가고, 또 하나는 가출하여 집에 없는 것도,
또 자신이 직장을 잃게 된 것도 다 하느님의 은총이니 감사의 기도를 드리라고 하였답니다.  
 
그 자매는 불난데 기름 붓느냐며 화를 내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그자매가 환한 얼굴로 신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찾아왔습니다.
신부님께 화를 내고 집에 돌아와서 할 것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한풀이를 할 겸 하루 종일 방에서 큰 소리로, “남편이 알코올중독이라 감사합니다.
내 딸이 결핵에 걸려 감사합니다.
막내가 가출을 해서 감사합니다.
제가 직장을 잃어서 감사합니다. ...”라며 계속 부르짖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 날도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본당 빈첸시오회에서 오더니 오스트리아 선교사 하 마리아가 운영하는 결핵요양소에서 딸을 무료로 받아주겠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니 진짜 감사의 기도가 나오더랍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문 밖에서 “엄마!”하는 작은 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집에 돌아온 것입니다.
정말 감사의 기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남편이 생전 처음으로 술을 안마시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동안 미안했다고 하며 아예 술을 끊었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 자매도 옆에 병원이 새로 생겨서 거기에 주방근무자로 취직이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일주일 안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것은 가히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적 안에는 믿음과 순종이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을 믿고 순종했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모든 죄는 믿지 않고 순종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믿는다는 것, 그래서 순종한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얼마나 바보스러운 일로 보일까요?  
 
저런 상황에서도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하는 것이 바로 믿음이고 순종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신을 버리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오늘 카나의 혼인잔치가 나옵니다.
바로 그리스도께서 첫 기적을 행하시는 장면입니다.  
 
상징적으로 말하자면 오늘 복음의 상황은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혼인잔치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미사성제’를 생각하셔도 될 것입니다.
미사가 곧 그리스도와 우리와 한 몸을 이루는 혼인잔치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술이 없는 잔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술은 잔치의 필수 요소입니다.
즉 술이 없으면 더 이상 혼인잔치가 이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미사 때 빵과 포도주가 없으면 그리스도와 한 몸이 이루어지는 잔치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 생명의 양식과 음료가 거저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님을 오늘 복음은 알려줍니다.  
 
성모님은 교회의 어머니로서 우리들에게 그리스도의 성령이 오시지 않으면 우리가 구원될 수 없음을 잘 아시고, 아드님께 성령님을 청합니다.
그러나 아드님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여인이시여, 그것이 당신과 나와 무슨 관계입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청을 거부하시는 명확한 표현입니다.
여기서 성모님의 힘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성모님이 왜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하고 말씀하셨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성모님은 기적을 ‘강요’ 하시는 것입니다.
이 믿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스테르서를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왕비인 에스테르가 임금으로부터 내침을 당하느냐, 아니면 유다 백성을 살리느냐의 기로에서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다가갔듯이, 성모님도 당신의 목숨을 걸고 예수님께 포도주를 청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무작정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명령한 성모님을 당신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내치셨다면 성모님 역시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끊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그만한 기적을 강요할만한 믿음과 순종이 있으셨습니다.  
 
성녀 제르뚜르다에게 누가 와서 기도를 청했다고 합니다.
제르뚜르다는 수많은 기도들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사람들은 성녀의 기도 때문에 은총을 받게 되었다고 감사를 드렸습니다.  
 
성녀가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예수님, 제가 기도도 해 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지요?” 
 
예수님은 대답하셨습니다.
“네가 내 뜻을 따르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나도 네 뜻을 따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믿음이란 그분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그리스도를 잉태할 때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하며 그분의 뜻만을 따르기로 결심한 분이십니다.
그렇기에 그분이 청하는 것은 무엇이나 들어주시는 것입니다.
 
여기서 또 다른 작은 믿음들이 있는데 이 믿음들이 봉사자들의 믿음입니다.
한 여인과 그 아들이 이상한 말을 주고받은 다음에 술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고 하고 그것을 떠서 잔치 맡은 사람에게 가져다주라고 하는 데 이것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도 대단한 믿음인 것입니다.  
 
사제들이 바로 이 작은 믿음들을 실행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 위에 성모님의 믿음이 있지만 사제들도 밀떡과 포도주를 바라보면서 이 예식을 그대로 행하고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피’ 하면서 나누어 줍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보면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인데도 정말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고 비웃음을 받는 행위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당신 믿음뿐만 아니라 교회의 이런 작은 믿음들도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하신 것이고, 그리스도께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하신 말씀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혼인잔치의 믿음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몸!’하면 ‘아멘!’이라는 응답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그런 믿음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기적은 믿음을 통해서 완성되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기적은 별거 없는 것 같습니다.
잠시 자신을 내려놓고 ‘믿고 순종’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우리 교회는 믿음과 순종으로 시작하고 그것으로 끝납니다.
은총을 받고 싶다면 제르뚜르다 성녀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묵상해 봅시다.
“네가 내 뜻을 따르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나도 네 뜻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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