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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2-26 조회수 : 541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저희 성당은 성탄절 미사 때 구유경배를 하고 아기 예수님께서 각자에게 주시는 말씀사탕을 하나씩 뽑아가게 하였습니다. 저도 성탄 밤 미사 때 이런 구절을 뽑았습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마르 7, 14-15) 
 
제가 죄가 많은 사람인 것은 알지만 이 말씀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다른 것을 하나 더 뽑았습니다. 
 
“그는 시냇가에 심겨 제 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시편 1, 3) 
 
두 구절을 연결시켜보면, ‘죄를 짓지 않고 자신을 깨끗이 보존하면, 성령의 수액이 흘러넘쳐 많은 열매를 맺고 하는 모든 것이 잘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스테파노 축일을 맞이하면서 ‘하는 모든 것이 잘된다.’는 의미를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연말이 되고 하니, 몇몇의 신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롯해 집 안에 안 좋은 일들이 많아서
하느님을 의심하고 그래서 더 이상 신앙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성당 다니면 모든 일이 잘 될 줄만 알았는데 반대로 더 안 좋아지니 집안에 우환이 겹치면 하느님은 안 계신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선교를 하는 어떤 신자분들도 비신자들에게 성당 다니면 돈도 적게 들고 집안도 잘 된다고 설득하기도 한답니다. 
 
또한 전에 대형교회 목사님들의 사치에 대해 매스컴에서 한창 때릴 때, 유명한 한 대형교회 목사님은 다윗의 예를 들면서, 그가 양치기에 불과했지만 하느님을 알면서 왕도 되고 부자도 되고 자녀도 많이 낳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 세상의 부귀영화가 하느님의 은총인 양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스테파노 첫 순교 축일을 그리스도 탄생 다음 날 지내면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시기로 하신 것이 세상의 평안과 부귀공명이 아님을 명확히 일러줍니다. 
 
스테파노는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또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라고 하면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 제 영을 당신께 맡기나이다.”, 또 “저들이 하는 일을 자신들이 모르니 저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하신 것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제자는 스승을 닮기 마련입니다. 
스테파노는 바오로와 마찬가지로 가말리엘의 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세가도를 달리던 똑똑한 청년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알게 되고는 삶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불명예스럽게 요절하게 되고 아마 그 가정도 미움을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스테파노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믿어서 이 세상의 눈으로 보아서 잘 안 되는 사람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을 보십시오.
그 분이 의사로서 잘 살 수 있었지만 예수님을 앎으로써 가난한 나라로 가서 고생고생 하다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으나 예수님을 알고 나서는 거지 옷을 입고 밥도 빌어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한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잘 나가던 로마 제국도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고 국교로 삼으면서부터 급격히 퇴락의 길로 들어섰고 오히려 다른 민족들의 침입을 받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잘 된다는 것이 이 세상에서 물질적으로 잘 살게 된다는 것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신자들이 삶이 어려워지면 하느님이 안 계시다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잘 된다는 것은 하느님의 입장에서 그런 것입니다.
스테파노 성인이나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이태석 신부님이나 모두 빨리 죽게 된 것이 하느님의 눈으로는 모든 것이 잘 된 것입니다.
그들도 영원한 생명을 얻었고, 또 그들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믿음을 새로 지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유대 사람들은 예수님을 세상의 임금으로 삼고 로마의 구속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가장 강한 민족이 되고 싶어 했고, 그것을 원하지 않자 그를 죽였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을 잘 살게 해 주지 못하는 예수님은 자신 안에서 죽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의 왕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시는 것은 오로지
‘영원한 생명’뿐이고, 우리는 이 세상에서 끝까지 참고 견뎌야만 그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약속하시는 것은 가시밭길과 십자가뿐입니다.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위해 참고 견뎌야만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스테파노 축일을 맞이하여
우리에게 약속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되새겨봅시다.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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