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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2-08 조회수 : 561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 어머니가 되실 자격이 있다는 근거는? 
 
 
오늘은 성모님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날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원죄가 없으시다는 근거는 오늘 복음에서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께
이렇게 인사하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은총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은 후 인간에게 떠난 성령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성모님께서 은총이 가득하시니 죄가 없으시다는 뜻입니다.
물론 에덴동산에서처럼 하느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도 죄가 없다면 은총이 가득해야 옳습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함께 계시고 그것으로 기뻐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다가 다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은총이 없는 이들은 주님께서 함께 계심이 고통입니다.
그래서 마귀 들린 이들은 주님께 자신들을 떠나주십사고 청합니다.
견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제가 되어 어떤 피정 교육에 들어갈 때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들어가시면 이러저러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에서 꼭 일등 하셔서 우리 성당을 빛내셔야 해요!”
장난으로 하신 말씀인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경쟁하면 누구나 느끼듯이 그곳이 지옥이 됩니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면 이는 은총이 가득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은총은 곧 ‘자격’입니다. 은총을 가지지 않고 어딘가에 머무르려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려 하면
그것은 자격 없이 만나는 것입니다.
은총은 기도로 오는데 기도하지 않고 누군가를 만난다는 말은 자신 안에 이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죽어서 주님 앞에 설 수 없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죄가 있어?”라고 이 세상에서 말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죄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의 힘으로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자격인 성령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기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은 은총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하느님께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 은총으로 당신을 가득 채우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겸손하신 분이십니다.  
 
내가 주님께 합당하다고 여기는 만큼 합당하지 못합니다.
저도 술을 마시고 용기백배하여 성당에 올라가
성모상으로 보았지만, 성모상이 인간의 모습으로 보일 때는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성령님이 아니면 성모 마리아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내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때 자격이 없어집니다.
내 힘으로 하려 하고 성령을 원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125회’에 보면 중2 남자아이인데 호흡 곤란으로 4년째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나서 그 상처 때문에 학교 가기를 거부합니다.
오은영 박사는 이것이 꾀병은 아니지만, 자신이 그런 병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싶어서 진짜 그런 병이 든 것처럼 믿어진 증상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통해서 부모에게 이것저것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왜 부모는 아이에게 이용당하게 된 것일까요?
부모는 너무 착하고 아이가 해 달라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다 해줍니다.
아이는 부모의 이 약함을 아는 것입니다.
부모의 약함은 내 힘으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이런 말 하면 죄송하지만, 교만에서 나옵니다.
권위를 내세워야만 교만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교만입니다.  
 
금쪽 처방을 받고서도 부모는 “너는 할 수 있어”, 혹은 “우리는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줍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도움입니다.
그러니 아이는 조금 따라주다가도 힘에 부치면 이내 폭발하고 맙니다.
처음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았다면 아이가 스스로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것입니다.
부모의 탓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가 아이에게 합당한 부모가 될 자격이 있다고 믿으면
그 순간부터 합당한 부모가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자격’이신데 그 자격을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믿기에 성령의 힘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자격이 있다고 믿을 때 자격을 잃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누구에게도 자격이 없다고 믿으셨습니다. 그래서 기도하셨습니다.
그래서 성령으로 충만하셨습니다.
이 은총을 지니셨기에 하느님께서 아드님을 맡기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자신의 힘이 아닌 성령의 힘으로 아드님을 키울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의 상징이 아브라함이 자기 종에게 온갖 폐물을 주며 아드님의 신붓감을 찾아오라고 한 이야기입니다.
레베카는 아브라함의 종에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며 그 종에게 합당하지 못한 존재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브라함의 종은 레베카를 자신이 가져온 폐물로 꾸며주었습니다.
이것이 ‘은총’이고 이사악을 만날 ‘자격’이 됩니다.  
 
여기서 레베카가 아브라함의 종을 위해서 종과 종이 몰고 온 낙타들에게 물을 주는 시간을 ‘기도’라고 하는 것입니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격이 없다고 고백하는 이에게 하느님은 은총으로 자격을 주십니다. 
 
따라서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을 만날 자격뿐 아니라 하느님을 만날 자격을 잃습니다.
자격 자체가 기도로 오시는 성령의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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