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2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2-05 조회수 : 609

‘집’ 만들기 


예전 본당 신부님께서 외국에서 사목을 하실 때 마귀 들린 사람이 있다고 본당 신자들이

쫓아왔다고 합니다.  그 신부님은 자신이 없었지만 사람들에게 이끌려 마귀 들린 사람에게 가서 구마경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귀는 신부님을 비웃기만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신자들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그 사람을 가운데 눕혀 놓은 다음에 빙 둘러서 묵주기도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신자들은 시키는 대로 그 병자를 중앙에 놓고 둥글게 앉아서 묵주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엔 비웃기만 하던 그 병자는 조금씩 목소리도 약해지고식은땀을 흘리다가

결국엔 아무 힘도 없이 그 사람을 떠나갔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네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는 중풍 병자를 예수님께 데려옵니다.

중풍 병자란 자신의 힘으로는 예수님께 다가와 죄의 용서를 청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영적인 병자를 의미합니다. 

 

그를 들것에 들고 온 네 사람은 그리스도께만 데려가면 그를 치유해 주실 것을 확신하는 믿음 깊은 신앙인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병자를 데려가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를 들고 예수님께로 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지붕을 뜯어내고 병자를 들것과 함께 예수님 앞으로 내려 보냅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당시 육체적 병도 죄로 인해 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죄를 용서하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이시기에

율법학자들은 속으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모독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예수님은 그의 병을 치유해주심으로써 당신이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그 중풍 병자의 믿음을 보고 그를 용서해주시고 치유해 주신 것이 아니라 ‘그를 데려온 이들의 믿음’을 보고 죄를 용서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다시 일어설 힘이 없을 때는 주위 사람들의 믿음 때문에라도 주님은 그 사람을 구해주신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액션영화에서 보면 주인공 혼자 맨손으로 수십 명을 날려버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 두 사람만 함께 악을 쓰고 달려들면 아무리 잘 싸우는 사람도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 쓰러지는 이유는 한명씩 덤비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학생으로 로마에 있을 때도 한 성지순례 단체에 20년간 냉담한 자매가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의 극성에 못 이겨 고해성사를 보고 냉담을 푼 일도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중풍병자를 들고 온 사람 수가 정확히 ‘네 명’이라고 나옵니다.

숫자 ‘4’는 동서남북을 가리키며 완전한 숫자이고 그 사람들이 혼자는 일어설 힘도 없는 사람을 지붕 위까지 끌고 올라가 예수님 앞에 데려다 놓았던 것입니다.

이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협동을 하면 못할 일이 없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지금 본당에 와보니 축구 선교회에 비신자로 가입하여 축구를 하다가 입교하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성당 축구 선교회이기 때문에 처음엔 축구가 좋아서 나오지만 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해 다른 사람들처럼 세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면 그 아이들과의 우정을 끊지 않고서는 그들의 행동방식을 쫓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의 힘을 우리가 사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바둑에서 상대방의 한 알을 네 알로 둘러싸면 그것이 숨 쉴 곳이 없어 죽게 됩니다.

이것을 ‘집’이라고 합니다. 

 

우리들도 혼자 힘으로 안 될 때는 여럿이 둘러싸 ‘집’을 지어 그 사람을 그 안으로 데리고 오는 방법을 써야합니다.

그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믿음 덕분으로 구원받게 될 것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