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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1-08 조회수 : 648

그리스도인이 십자가의 순종 중에서도 항상 기쁠 수 있는 이유 
 
 
영화 ‘폭풍의 시간’을 조금 각색한 줄거리입니다. 1989년 폭풍우가 심하게 치던 어느 날,
엄마는 일을 나가고 혼자 남겨진 니코는 자신이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녹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웃집 앙헬의 집에서 크게 다투는 소리를 듣고 조심스럽게 앙헬의 집으로 가봅니다.
그곳에는 앙헬의 부인 힐다가 쓰러져 있었고 칼을 든 앙헬을 본 니코는 도망치다 차에 치여 죽고 맙니다.  
 
25년 뒤 자상한 남편 다비드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딸 글로리아와 함께 베라라는 여성이
니코가 살던 집으로 이사 옵니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오래된 티브이와 비디오카메라를 발견합니다.
베라는 호기심에 비디오를 틀어보고 니코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25년 전 오늘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도망치다 사망했던 아이임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꺼둔 비디오가 작동하면서 베라와 니코가 서로를 보고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니코는 앙헬의 집에서 크게 다투는 소리를 듣고 나가려고 합니다.
니코가 안쓰러웠던 베라는 니코에게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라며 밖에 나가면 죽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니코는 뛰어나가고 연결이 끊깁니다.  
 
베라는 자상한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집니다.
그런데 어떤 형사가 다가와 혹시 힐다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 묻습니다.
그녀는 지금은 역사가 바뀌어서 앙헬이 붙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원래는 니코의 죽음으로 앙헬이 그 자리에서 붙잡혀서 자살하고 아내의 시신은 도축장에 묻을 것이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경찰과 베라는 시신을 찾아내고 다른 여자와 살고 있던 앙헬을 체포합니다.
그리고 경찰은 말합니다.
자신이 니코라고. 생명을 구해줘서 감사하다고.  
 
니코는 베라의 말에 순종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 준 베라의 얼굴을 잊지 않으려고 그림으로 그리고 베라가 이사를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경찰이 되어서. 베라는 바람을 피우는 다비드와 헤어지고 니코와 결혼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니코의 25년간의 삶은 어땠을까요?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준 베라에게 고마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베라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경찰이 되어서 정의를 바로잡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경찰이 되어 베라를 기다렸습니다.
25년 뒤에 자기가 살던 집으로 이사 올 것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삶은 베라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순종하는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괴롭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베라를 만날 것에 기대에 차 있었습니다.
결국 베라를 만나서 그 행복을 나눕니다.  
 
누군가의 말에 순종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감정에 순종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말할 때는 그러면 나처럼 행복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순종이 비록 십자가의 길이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 행복에 참여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당신께 순종하라고 하시면서도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 라고 하십니다. 사랑과 기쁨과 평화는 성령의 열매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고 순종하는 삶을 살면서도 그분의 기쁨에 벌써 참여하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야곱이 에사우의 옷을 입고 에사우로 20년간 살며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기쁠 수 있었던 이유와 같을 것입니다.
언젠가 만나게 될 에사우에게 환영받기 위해 에사우가 살았을 법한 삶을 살며 많은 열매를 맺으며 에사우가 기뻐할 것에 자신도 기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십자가의 길을 가면서도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그리스도의 감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그분의 말씀에도 순종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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