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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0-29 조회수 : 567

교만은 돼지비계처럼​ 
 
 
새를 파는 가게에 잘 생긴 카나리아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이 카나리아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이곳을 지나가던 마을의 부자가 그 카나리아를 샀습니다.
카나리아는 고운 소리로 노래를 불러 집안사람과 손님들, 이웃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새 주인이 된 부자도 그 카나리아를 자랑하고 칭찬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자 카나리아는 우쭐해졌습니다. 
그래서 밤이 되어도 노래를 그칠 줄 몰랐습니다.
카나리아의 노랫소리를 칭찬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시끄럽다고 항의를 할 정도였습니다. 
 
아무도 카나리아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부자는 카나리아를 헐값으로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그 카나리아를 사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가장 큰 적은 자신 안에 있습니다. 
자아라고 하고 교만이라고도 합니다.
잘 나가다 교만해져 망해버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공할수록 조심해야하는 것이 교만해지는 것입니다. 
 
사제가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출신 본당 자매님이 계셨습니다.
서품 받을 때도 앞장서 저를 도와주신 분입니다.
사제가 된지 몇 년 후, 그 자매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저에게 따끔한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신부님의 겸손하고 온유한 모습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그러고 보니 전화를 받는 투가 퉁명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투로 신자들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신자들이 치켜세워주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던 것입니다. 
 
교만은 교만하고 싶어서 교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교만해지는 것을 방치했기 때문에
교만해지는 것입니다. 
교만은 마치 잡초처럼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나 나를 망쳐버립니다. 
 
나이 많은 한 수도자가 정원에서 흙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수도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조금은 교만한 젊은 수도자가 그에게 다가옵니다.
경험 많은 수도자는 후배 수도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 단단한 흙 위에다 물을 좀 부어주겠나?” 
 
젊은 수도자가 물을 부었습니다. 
그러자 물은 옆으로 다 흘러가고 맙니다.
그러자 이 나이 많은 수도사는 옆에 있는 망치를 들어 흙덩어리를 깨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부서진 흙을 모아놓고 젊은 수도자에게 다시 한 번 물을 부어보라고 말합니다.
물은 잘 스며들었고 부서진 흙을 뭉쳐 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이든 수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야 흙 속에 물이 잘 스며드는구먼.
여기에 씨가 뿌려진다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야. 
 
우리 역시 깨어져야 하느님께서 거기에 물을 주시고, 그럴 때 씨가 떨어지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수 있는 거지.
우리 수도자들은 이것을 ‘깨어짐의 영성’이라고 얘기한다네.” 
 
소련의 반체제 인사 알렉산더 솔제니친은
“교만은 돼지의 비계와 같이 인간의 마음에서 자란다.”고 했습니다.
비계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저절로 생기게 돼 있습니다. 

끊임없이 낮아지는 연습이 없으면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이 교만 때문에 망가집니다.
깨어짐의 영성은 수도자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자신만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고 하십니다.
끊임없이 가장 낮은 자리를 찾아야합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저절로 교만해지기는 하지만 저절로 살이 빠지지 않듯 저절로 겸손해지지 않습니다.
겸손은 마치 흐르는 물의 방향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도 겸손하기 위해 맨 마지막 자리를 의식적으로 찾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더 교만해져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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