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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9-24 조회수 : 601

먼지가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이 하느님께 되돌아가기 전에, 젊음의 날에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돈 좀 씁시다! 
 
 
일본에서 67세의 나이로 숨진 미야우찌라는 거지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의 다락방에는 5천만 원이 예금된 통장과 1억 7천만 원가량의 주식이 숨겨 있었습니다. 
 
이것은 그가 일생동안 헐벗고 굶주리며 모은 돈이었으며, 이를 모으기 위해 어쩌다가 현미 쌀을 사다 먹고 남이 주는 야채 부스러기나 날로 먹고 어쩌다가 끓일 것이 생기면 방안까지 들고 들어와 풍로에다가 주워온 나뭇조각을 때서 끓여 먹었고 목욕은 기껏해야 일 년에 한두 번만 하였습니다.
결국 그 노인은 돈을 아끼기 위하여 값싼 음식을 먹은 결과 영양실조와 동맥 경화증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는 매일 입버릇처럼 자신은 200살까지 살 것이라고 말했지만 운명은 그 돈을 쓸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절약하는 것만 미덕일 때가 있었습니다. 
아껴야 산다고 할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쓸데없이 돈을 쓰면 낭비이고 그것도 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아끼는 것만을 원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야우찌의 인생관은 돈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행복인 것이었습니다.
굶어도 통장 액수만 보면 배가 부른 것입니다. 
 
이 얼마나 믿음이 없는 삶입니까?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하도록 내버려두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세상 재물이 쌓이는 것으로 기쁨을 삼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나중에 저렇게 쓰지 못하고 남기는 돈은 나에겐 후회가 되고 가난한 이들에겐 서러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구나 성당, 혹은 본당 단체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지나치게 돈을 모으는 모습입니다. 
 
이미 많은 돈이 있고 매년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돈도 있지만 다른 단체와 비교하여 더 큰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저축하고 또 저축합니다.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인색한 단체라는 평을 받습니다. 
 
세속적 마인드가 교회에 들어온 것입니다.
저는 그런 단체를 보면 입버릇처럼 “돈 좀 씁시다”라고 말합니다.
선임이 아껴가며 모아놓은 돈을 쓰게 만드는 못된 신부가 될 수는 있지만 왠지 돈을 모으는 것은 주님의 뜻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성당들도 돈을 써야 합니다. 
건물을 비싸게 짓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주위에 돈을 뿌려야합니다.
그 혜택을 받은 이들이 차후에 새 신자들이 되는 것입니다.
뿌리는 씨가 없으면 나중에 추수할 것이 적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쓸 수 있고 또 그것이 하느님 뜻에 맞는다면 다 써버리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독서에서도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고 말합니다. 
 
“젊은이야, 네 젊은 시절에 즐기고, 젊음의 날에 네 마음이 너를 기쁘게 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네 마음이 원하는 길을 걷고, 네 눈이 이끄는 대로 가거라.
다만 이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너를 심판으로 부르심을 알아라.” 
 
주님은 당신 뜻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젊은이가 즐기는 것을 나무라지 않으십니다.
저도 어렸을 때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하루를 정말 행복하게 산 날에는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죽음도 두려워합니다.
즐길 수 있을 때는 즐기는 것도 좋고 쓸 수 있을 때는 써야 합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임플란트를 대대적으로 하고 계셨었습니다.
돈은 충분히 가지고 계셨었지만 임플란트를 하려는 결정은 하지 못하고 몇 년을 미뤄 오셨던 것입니다. 
 
그렇게 돈이 아까워 고생만 하시다가 큰마음 먹고 돈을 쓰신 것입니다.
잇몸이 약하여 잇몸 안에다 인공 연골도 넣으셨습니다. 
 
오랜 치료 기간이 마무리되어 가서 마지막 인플란트 치아를 넣는 약속을 잡고는 결국 그것을 끼우기 이틀 전에 입원하셔서 다시는 퇴원하지 못하셨습니다. 
 
죽만 드시면 되는데 임플란트를 굳이 낄 이유도 없었습니다. 돈도 쓸 때가 있습니다.
저희가 더 일찍 임플란트를 하도록 종용해 드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돈 좀 씁시다. 돈을 안 쓰면 자신도 망하고 나라도 망합니다.
돈은 피와 같습니다. 돌아야 삽니다. 
 
자기 지갑 속은 물론이고 교회 단체나 본당들도 돈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하며
빨리 털어버리고 쓸 수 있을 때 삶도 즐거워지고 교회도 젊어지게 될 것입니다. 
 
모아봐야 썩습니다.
뿌려야 잘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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