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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9-12 조회수 : 588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시라노: 연애 조작단’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한 연극배우 팀이 연극이 잘 되지 않자 사랑을 이루어주는 회사를 차리고, 여자의 심리를 잘 이용해 말도 못 걸고 쳐다보고만 있는 남자들의 애끓는 사랑을 이루어줍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남자가 사귀고 싶어 하는 여자가 그 연애 조작단의 리더인 엄태웅의 전 여자 친구 이민정이었습니다. 
 
둘이 헤어진 이유는 이렇습니다.
둘은 파리 유학 중에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남자가 먼저 일본 여학생과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이민정이 자신의 선배 형의 집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본 것입니다.
엄태웅은 둘이 절대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를 믿지 못하며 자신을 배신했다고 따집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드는 양심의 가책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엄태웅을 그렇게 떠났고, 지금 몇 년 뒤에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엄태웅은 과거를 잊고 다시 이민정과 사랑을 시작해보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옛 애인에게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즉,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듯 이민정과 사귀고 싶다는 최 다니엘을 최대한 밀어주는 것입니다. 
 
마지막 해변에서 이루어지는 프러포즈 신에서, 최 다니엘의 입을 통해 엄태웅은 믿지 못해 자신을 떠나가게 한 이민정에게 이렇게 고백합니다.
대충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성경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나오는데, 예전에는 그 중에서 왜 사랑이 가장 중요한지를 알지 못했어.
믿어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 하지. 그런데 이젠 알 것 같아.
믿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믿는다는 걸... 조금만 더 사랑했다면 다 해결될 문젠데...” 
 
그렇습니다. 더 사랑했다면 믿음이 깨질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랑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믿음이 커지는 것 또한 사랑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백인대장은 유다인들에게도 친절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종을 위해서도 기적을 청하는 사랑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믿음이 사랑을 불러일으키지만 사랑은 그 믿음을 완성합니다.
믿고 사랑하는 만큼 희망하고 그래서 겸손되이 자신의 종을 위해 기적을 청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보지도 않고, 또 그 분이 기적을 행하시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 자신의 종이 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직접 죽은 라자로를 살리는 것까지 눈으로 보고도 믿으려 하지 않았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믿음입니다. 
 
예수님은 백인대장이 보낸 유다인의 원로들의 평을 듣고 병을 고쳐주기로 결정하십니다.
왜냐하면 그 말 속에서 그의 믿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선생님께서 이 일을 해 주실 만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회당도 지어 주었습니다.” 
 
믿어야 기적을 베풀어 주실 수 있는데, 예수님은 그 사람이 베푼 자비로운 행동들에서 그의 믿음을 봅니다.
로마의 군인임에도 속국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자신의 종을 위하는 마음에서 믿음을 봅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믿음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개신교 신자들은 믿음만으로 구원받는다고는 하면서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랑의 행위를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랑의 행위 안에는 이미 믿음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믿지 않고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고, 사랑하면 믿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믿는다고 하면서도 사랑하지 않는다면 실제로는 믿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야고보 사도는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실천이 있다면 당연히 믿음도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믿음을 보기 위해서 사랑의 행위를 먼저 귀여겨들으셨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믿음의 완성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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