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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9-02 조회수 : 807

이렇게 하면 죽을 때까지 속 좁은 노인이란 소리 안 듣는다. 
 
 
“라떼는 말이야….” “요즘 애들 이해를 못 하겠어!” 등의 이런 말을 자주 한다면 그 사람은 속 좁은 노인일 확률이 다분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노인을 ‘꼰대’라는 용어로 비하합니다.
꼰대는 자신과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만약 자녀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은 또 어린 꼰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자기 생각만이 다 맞는다고 생각할까요? 그 이유는 그때그때 받아들여야 할 시대의 표징,
혹은 하느님의 뜻에 귀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꽉 막힌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부모가 되어보아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유튜브 채널 ‘달빛 부부’의 ‘12년 동안 가면을 쓰고 생활한 스티븐 연’의 내용입니다.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오른 미국 영화계의 큰 인물이 된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하지만 그도 삶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너는 한국인답지 않다”라는 말을 듣고, 나가서는 미국인들에게 “너는 미국인답지 않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 동양인에 대한 인식이 별로 안 좋을 때여서 어쩔 수 없이 그는 밖에서는 미국인답게, 집에서는 한국인답게 생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삶이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워킹 데드’라고 하는 시리즈에 거의 주연급으로 많은 인기를 얻기까지는 동양인으로서 많은 차별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여기에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나리’를 찍으면서 당시 이민 1세대의 고통을 그대로 연기에 녹아내며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되었습니다. 
왜 그리 힘들게 일해야 했는지, 싸워야 했는지를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영화 시사회를 마치고 아버지는 스티브 연의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아들은 그동안 아버지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버지 품에 안겨 흐느꼈습니다.
아버지도 그러한 아들을 안고 울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꽉 막힌 근성을 나무라십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틀에 예수님과 제자들을 맞추려 합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자주 단식하며 기도를 하고 바리사이의 제자들도 그렇게 하는데,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루카 5,33) 
 
예수님은 새 포도주를 헌 부대에 담으면 부대가 터져서 헌 부대인 사람은 새 포도주를 원치 않는다는 의미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묵은 포도주를 마시던 사람은 새 포도주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고 말한다.”(루카 5,38-39) 
 
그렇다면 옛것은 다 나쁘다는 말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것도 있고 변해야 할 것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변하지 말아야 하고 무엇은 변해야 하는지 아는 지혜입니다.  
 
수십조 개에 이르는 인간의 세포는 7년이면 모두 새것으로 교체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정체성이 변하면 인간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고 죽어야 하는 세포가 죽지 않으면 암 덩이가 되어 인간이 죽습니다.
변할 것은 변해야 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하고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변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현재 지옥에 관하여, 혹은 십일조에 관하여 말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선악과는 꼭 바쳐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습니다.
이런 것들은 변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변하고 있습니다.
성당에서 장궤틀도 사라지고 십자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반면 너무 엄숙한 분위기의 미사는 변해야 합니다.
미사는 하느님을 만나는 혼인 잔치입니다.
그런데 너무 제사 분위기이고 형식에 치우치고 있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형식은 철저히 지켜지지만 실상 미사 안에서 얻어야 하는 열매, 곧 내가 죽고 그리스도가 된다는 믿음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교회가 죽어갑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받아들임은 스티브 연처럼 그 역할을 수행해본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를 소화하면 모든 인간을 이해해서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다만 그 배역을 있는 그대로 연기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은 가장 새로운 포도주이십니다.
그분은 유연성 없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온 인류의 모델이시기 때문입니다.
온 인류의 삶이 그분 안에 스며있습니다.
그래서 그분을 안은 성모 마리아께서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시는 것입니다. 
 
그분은 당신 아드님을 팔아넘긴 가리옷 유다도 이해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안으신 십자가의 예수님 안에는 가리옷 유다의 수많은 죄까지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받아들임은 곧 모든 인류를 받아들임이고 이해함입니다.
그리스도를 더 살게 됨으로써 우리는 내가 만날 모든 이들의 모습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 누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고루한 어른이 아닌 익어가는 어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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