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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8-24 조회수 : 981

천국의 시작: 내가 벗으면 다른 이도 벗는다 
 
 
저도 솔직하게 다 드러내놓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함이 없이 자신을 감추는 사람들과 만날 때는
숨이 막힙니다.
관계이기는 하지만 관계가 아닌 느낌입니다.
위선적인 관계 안에서 머물려고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입니다.
가까울수록 더 솔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는 정말 지옥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 리즈에 사는 닐 브로드벤트 씨는 하나의 동영상을 올려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 스텔라에게 청혼하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것만 봐서는 특이할 필요가 없습니다.
촛불을 깔아놓고 하트 모양의 카드에 “당신에게 하는 중요한 질문 하나!”라고 써 놓았습니다.
그 속엔 분명 “나와 결혼해 줄래?”라는 글이 쓰여 있어야 당연할 것입니다.  
 
스텔라는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카드를 열어봅니다.
그런데 그 카드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도대체 토마스 루라는 놈은 누구야?”
토마스 루는 스텔라의 내연남이었습니다.
닐은 청원하는 척하고 기분을 돋워놓은 다음에 여자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자신은 통쾌할 수는 있지만 역시나 같은 지옥의 고통을 당해야 할 것입니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자신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정말 지옥은 거짓말부터 시작합니다.
아담과 하와는 죄를 짓고 무화과 잎으로 자신을 가렸습니다.
이 말은 하느님과는 끝났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웃과의 행복한 관계도 끝났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관계는 벌거벗고 만나야 합니다.
가리는 것이 없을 때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부라도 숨기는 것이 많을 때는 행복한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가정이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입니다.
바르톨로메오 사도는 처음에 필립보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솔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요한 1,47) 
 
여기서 이스라엘은 한 나라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나라, 곧 에덴동산의 백성을 의미합니다.
그는 무화과 잎을 뜯어낸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거짓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묻습니다.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요한 1,48) 
 
바르톨로메오도 자신이 거짓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요한 1,48) 
 
우리 각자도 어쩌면 지금까지 무화과 잎을 달고 다니는지 모릅니다.
이것을 뜯어내야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건 죄를 고백해야 합니다.
비밀이 없어야 합니다.
무화과 잎이 달린 이상 에덴동산에 머물기 어렵습니다.  
 
이북에서 생긴 일입니다.
어느 마을에 몰래 예수님을 믿는 가정이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일어나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습니다.
아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공산 사상에 짙게 염색되어 있을 때였습니다.
아들은 아버지 어머니를 당에 고발하였습니다.
온 동네에서 아들이 친아버지를 고발한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공산당은 온 마을 주민에게 교육할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고 공개재판하기로 하였습니다.
사형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에게 벙거지를 씌우고 손을 뒤로하여 꽁꽁 묶었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게 하였습니다.
그 앞에서 아들이 고발장을 큰 소리를 읽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입니다.
이들은 공산당을 배반하고 아침마다 미신 같은 신에게 기도한 배반자입니다.” 
 
사람들은 억지로 끌려 나와 공개재판을 구경하면서 숙연하여 졌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고발하여 죽이는 모습에 환멸을 느끼는 심정이 얼굴에 역력히 나타났습니다.
공산당들은 이 아이를 영웅으로 치켜세웠습니다. 그리고 상을 주고 대단히 환영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아버지 어머니에게 돌을 던지고 침을 뱉었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편, 이 아이는 영웅이 되었지만 고아가 되었습니다.
공산당은 이 아이가 공산 사상이 투철하다는 이유로 공부시키고 길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결혼하였습니다.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갔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아버지를 보고 싱긋이 웃는 데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사형당하신 아버지 웃는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아버지가 자기를 보고 웃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자기는 부모님에게 얼마나 죄를 지은 것인지를 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이것을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지옥 같았습니다.
이런 번민 속에 김 요석 목사를 만나 예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죽은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느 날 펑펑 울면서 김 목사님에게 물었습니다. 
 
“하느님은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죄도 용서하시나요?” 
김 목사는 무슨 의미인지 알 리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하느님은 그보다 더한 죄도 용서하십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위의 사실을 고백하였습니다.
이제 자기도 아침마다 기도하고 있고 아들이 자기를 고발할까 봐 조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고백해야 다시 천국으로 돌아옵니다.
감추고 사는 건 지옥입니다.
제가 사제가 되었을 때, 선배 신부님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위계질서가 강한 사회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선배가 이렇게 조언해 주었습니다.  
 
“힘든 선배가 있다면 무조건 그 선배에게 고해성사를 봐, 그러면 잘 대해줄 수밖에 없어!” 
 
과연 그 조언은 적중했습니다.
제가 먼저 벌거벗으니 선배 신부님도 벌거벗었습니다.
자신에게 고해성사하는 저를 고마워했습니다.
우리 관계를 천국으로 만드는 쉬운 방법은 먼저 나에게 붙어있는 무화과 잎을 떼어 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옥이 천국으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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