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상대의 보석함이 되어주는 것
금쪽같은 내새끼 93회에서 오은영 박사는 엄마에게 묻습니다.
“어머니는 금쪽이가 미우세요?”
금쪽이는 14세 딸입니다.
엄마와는 대화하지 않고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채팅 중독입니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남자친구가 가출하라고 해서 가출한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신고하여 돌아오기는 하였습니다.
금쪽이는 극단적인 생각도 자주 합니다.
엄마와 남동생은 행복한 것 같고 자신만 외톨이가 된 것 같습니다.
친구와 이야기하는 도중 자신은 죽어도 엄마와 남동생은 슬퍼할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왜 엄마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까요? 엄마는 한다고 합니다. 딸을 앉혀놓고 대화 좀 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그 대화가 너무 일방적입니다.
야단치는 것에 머뭅니다. 딸은 말합니다.
“엄마만 힘들어?”
엄마는 딸에게 섭섭합니다.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 전에 남편이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 아픈 마음을 딸은 몰라주는 것입니다.
돌아가신 아빠에게는 편지를 써도 자신에게는 무심한 딸에게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남동생도 그러나 자신에게만 잘해주는 엄마가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엄마와 누나 사이가 좋게 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왜 세 명 모두 아빠를 다 좋아할까요? 아빠는 돌아가셨는데 말이죠. 아빠는 그들의 속마음을 들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자기 말만 합니다.
그리고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말을 막아버립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입니다.
그러나 자녀들은 엄마와 아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일방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먼저 하느님께서 주시기로 하셨다고 하십니다.
“너희들 작은 양 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루카 12,32)
그러고 나서 우리도 내어놓을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드십니다.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어라.”(루카 12,33)
이렇게 내어놓고 또 내어놓게 하는 삶을 예수님은 ‘깨어있음’이라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루카 12,37)
그리고 특별히 더 내어주어야 하는 주님 제자들에게는 더 내어놓아야 한다고 명하십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루카 12,48)
이렇게 예수님의 말씀 안에는 주는 것과 요구하는 것이 균형 있게 공존합니다. 무작정 주는 것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자선을 베풀라고 할 때는 나 자신을 상대의 것을 넣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비우는 것으로 여겨야 합니다.
내 안에 자신의 것이 들어있지 않으면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보석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 보석이 들어있는 보석함이 가장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사랑은 내 보석을 상대의 보석함에, 상대의 보석을 내 보석함에 옮겨 담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은 상대가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가 내 보석을 받아주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자선의 목적입니다.
하느님은 에덴동산을 주시고 가만 있지 않으셨습니다.
아담과 하와도 당신 위해 소중하다고 여기는 선악과를 바치기를 원하셨고 서로 협력하여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시키셨습니다.
그만큼 노력이 많이 들어간 곳이 될 때 에덴동산에 대한 애착도 더 커지는 것입니다.
태국 광고 중 말을 못 하는 아버지와 사춘기 여자 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어장애인 아버지를 둔 딸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해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딸을 나무랍니다.
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딸은 자살을 시도하고 아버지는 자기 피를 딸에게 줍니다. 이것이 자선입니다.
자선의 결과는 어떨까요? 딸은 깨어나서 잠들어 있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습니다.
아버지가 딸의 소중한 것을 맡을 수 있는 그릇이 된 것입니다.
딸은 자기 손을 맡아 놓은 아버지를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소중한 보석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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