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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7-04 조회수 : 1607

저절로? 
 
 
저희 집은 시골의 몇 채 안 되게 흩어져있는 집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또한 저희 동네는 미군 비행장과 냇가 때문에 고립되어 있어서 제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밥을 하거나 방을 따뜻하게 하고, 혹은 따뜻한 물을 데우기 위해서는 군불을 때야만 했습니다.
연탄불을 갈기 위해서 방과 후에 시간 맞춰 돌아와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부족함을 느꼈던 것은 텔레비전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온통 아이들이 텔레비전 본 이야기를 하는데 저희는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갔다 왔더니 안테나가 설치되고 있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 저희 집이 가장 먼저 텔레비전을 사게 되었던 것입니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데 어떻게 텔레비전을 보느냐고요?
자동차 밧데리로 연결해서 보았습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크기인 9인치 TV였습니다. 
 
텔레비전이 너무 커버리면 밧데리 소비량이 많아서 오래 볼 수가 없어서 작은 것이 유리했습니다.
그 때 재미있게 온 동네 사람들이 수박을 잘라놓고 모깃불을 피워놓고 마루에 앉아 9인치 TV에 머리를 들이밀고 수사반장이나 전설의 고향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큰 문제는 중요한 순간에 밧데리가 다 떨어져버릴 때입니다.
밧데리가 다 끝나갈 즈음에 TV화면이 아래 위서부터 조금씩 검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옵니다.
그러다가 밧데리가 다 달아버리면 화면이 깨져버려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수사반장이나 전설의 고향을 하기 하루 이틀 전에 이러한 현상이 보이면 밧데리가 조금 남아있더라도 그것을 자전거에 싣고 밧데리 충전하는 곳으로 가져가야합니다.
물론 대부분 아버지가 충전해 오시지만, 아버지가 바쁠 때는 저희들이 자전거로 충전해 와야 했습니다. 
 
밧데리는 매우 무거워서 그것을 아이들인 저희들이 자전거 뒤에 실으면 앞바퀴가 들릴 지경이 됩니다.
밧데리를 충전하는 데는 하루 정도 걸리기 때문에 다음날 다시 찾으러 가야합니다. 
 
한 번은 추운 겨울에 충전된 밧데리를 찾아오다가 눈길에 넘어져서 밧데리가 깨져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 있는 액체들이 줄줄 새어나왔습니다.
혼날 줄 알았는데 다친 데 없느냐는 어머니의 말씀이 고마웠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마을에 전기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있었고, 전봇대가 세워지고 각 방에 전기 콘센트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주 작은 백열등이 방에서 켜졌을 때 너무 밝아서 ‘이런 세상이 있구나!’하며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다시 밧데리를 충전시키러 갈 필요도 없었고, TV는 곧 컬러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충격들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그날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온 동네가 잔치를 하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가장 먼저 전기밥솥을 사서 쌀을 넣고 물을 붓고 정말 밥이 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뚜껑의 작은 구멍 사이로 김이 솟아오를 때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짓누를 수 없었고, 다 되었다는 불이 들어오고 다 된 밥을 확인 할 때 우리 가족 모두는 박수를 치며 감격해 하였습니다. 
 
지금은 전기를 너무 편하고 당연하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도 당연해서 에너지가 저절로 생성되는 것처럼 낭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의 어린 시절 경험은 저에게 어떤 에너지도 그 원천이 있음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불을 때 방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는 논에서 짚을 걷어 와야 했고, 양초가 떨어져 밤에 불을 밝힐 수가 없을 때는 옆집에서 양초를 빌려오거나
한 시간을 걸어 나가서 가게에 가서 초를 사와야 했습니다. 
 
물론 밧데리를 충전시키려면 그것을 충전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일정한 시간동안 맡겨 두어야 충전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면서는 결국 이 모든 에너지들이 태양 하나로부터 오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온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한 원천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과학자들은 이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들이 저절로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의 보존법칙입니다.
에너지는 형태만 변화될 뿐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무를 불에 태운다고 할 때, 나무 안에 있던 에너지는 빛의 에너지, 열의 에너지, 소리의 에너지 등으로 바뀝니다. 결국 나무 안에 있던 에너지들이 그 형태만 바뀌는 것이지 에너지 자체는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에너지 보존의 법칙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시작 될 때에 에너지가
저절로 생겨났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절로 물질이 생겨났고, 저절로 에너지가 생겼고,
저절로 시간과 공간이 생겼고, 저절로 물질에서 생명체가 생겼고, 저절로 생명체가 진화해서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과학에서 ‘저절로’, 혹은 ‘우연히’가 빠지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집니다.
저의 시골집에서 클 때의 경험으로도 에너지는 절대로 저절로 생겨날 수 없었습니다.
에너지의 원천에서 그것을 가져다 써야 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원천이 있어야 합당합니다.
에너지의 원천은 에너지 자체이고, 존재하는 것은 원천은 존재 자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혈병 환자와 죽은 아이를 살려내십니다.
12년 동안 고생했던 하혈병 환자는 결국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댐으로써 병이 고쳐집니다.
피는 생명이고 에너지입니다. 그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는 예수님께 가까이 가야합니다.
밧데리는 저절로 충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녀의 믿음이 그녀를 살렸다고 말씀하십니다.
오직 그리스도로부터만 모든 에너지가 온다는 것을 믿어야 그 분께 다가갈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야이로에게도 딸이 죽었지만 믿기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다 방전된 밧데리도 다시 충전해 주실 수 있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든 삶의 에너지가 그리스도로부터 온다는 것을 믿고 있을까요?
만약 진정으로 믿고 있다면, 평일미사에 빈자리가 없을 것이고 평상시에도 성체조배 하는 신자들로 성당에 사람이 들끓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도 집에 앉아있어도 삶의 에너지가 저절로 충전된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며칠 전에 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그 분은 큰 집에 살고 계시다가 아직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 아들집으로 3년 정도만 살기 위해서 들어가셨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 며느리는 어머니를 봉양하지 않고 밥도 제대로 안 해주고 교회에 가서 살거나 친구를 만나고 밤늦게나 들어왔습니다. 
 
어머니가 생선을 좋아하시는 것을 알면서도 집에 냄새가 밴다고 해 주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 할머니는 건강이 매우 안 좋아지셔서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사실 그 할머니는 3년 동안 살고 그 아들에게 새 집을 마련해 주려는 마음이 있었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없어지신 것입니다. 며느리는 굴러온 복을 차 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복이 어디서 오는지 온전히 깨닫고 있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깨닫는다면 하혈병 여인과 같이 힘이 빠져나갈 때, 예수님께 바로 달려오고, 야이로처럼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바로 예수님께 달려가서 매달릴 것입니다.
그러나 평상시 성당은 신자들은 많지만 비어있는 시간이 매우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 오프라 윈프리를 잘 아실 것입니다.
그녀는 9살 때 사촌오빠에게 강간당하고, 14세에 미혼모가 되었고 그 아이까지 죽었으며, 결국엔 마약에 빠져 살다가 철창신세까지 졌던 여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의 말 한마디만 하면 몇 백억이 모이는 것은 일도 아닌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다시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성경을 읽고나서부터였습니다. 
 
성경의 모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세도 우여곡절 끝에 80세가 되어서야 자신의 소명을 깨닫습니다.
그녀도 과거는 미래의 소명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소명을 살아보겠다고
결심했던 것입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죽음에 생명을, 절망에 희망을, 무기력증에 힘을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저절로 생겨나는 에너지는 없습니다.
내 밧데리가 방전되어간다고 느낀다면 빨리 충전하러 그리스도께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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