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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7-02 조회수 : 1857

내가 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고 있다면? 
 
 
바오로가 베드로를 나무란 적이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초석이었고 바오로는 교회를 박해하다가 회개한 사람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감히 저의 논문지도 신부님께
그분의 태도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저의 논문지도 신부님은 가난한 성자처럼 사십니다.
본당신부님이시지만 직접 시장을 보셔서 음식을 하시고 가난한 사람들과 사제관을 나누어 사용하시며 옷도 남이 버린 것들을 주워 입으시는 성인신부님이십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논문지도 신부님은 당신이 논문을 지도하시는 학생들과 함께 다른 신부님을
만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미사를 함께 드렸는데 성작과 성합이 매우 아름답고 값어치 있게 보였습니다.
저와 함께 간 그 신부님은 미사 도중에도 그 아름다운 성작의 문양을 손으로 만져보는 등
그 화려함에 경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오는 도중 그 신부님은 저에게 “오늘 좋았지? 근데 내가 오늘 그 신부에게 사는 게 너무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냐고 충고를 해 주었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가난하게 사시는 그 신부님을 존경하면서도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신부님, 각자 삶의 방식이 있으니 당신이 가난하게 사신다고 남에게 뭐라고 하시면 안 돼요.
성인들이 다 가난했던 것은 아니잖아요.”
그랬더니 그 신부님이 “그럼 부자가 성인이 되냐?”라고 되묻기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교황님들을 생각해 보세요. 많은 성인 교황님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은 가난하게 살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분들이셨잖아요.” 그 신부님은 더 이상 저에게 말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가난한 것을 자랑하는 사람은 부자이기를 원하는 것이다.” 
 
가난한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가난이 좋다고 하여 가난하지 않은 것이 죄인 양 모든 사람에게 가난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중학교 때 청소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얼굴을 붉혀가면서까지 열심히 하지만 동시에 게으름 피우는 친구들을 나무랐습니다. 
 
저는 그 때 자신이 하는 일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그렇다고 예수님 주위에 가난한 사람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분을 재정적으로 도와주었던 여인들도 나오고 베타니아에는 부자 친구들도 있으셨고,
그 중 어떤 여인은 수백만 원이 되는 향수를 예수님께 발라드리기 위해 깨기도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 여인을 나무라는 제자들보다는 그 여인을 오히려 칭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덕을 실천하시되 남에게 강요하시지 않으시고 그 실천하는 것에서 만족하셨고 그런 삶을 강요하기보다는 ‘초대’하셨습니다. 
 
오늘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와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라고 묻습니다. 
 
단식은 참 좋은 것입니다. 
육체의 욕망을 제어함으로써 영적인 능력을 극대화하게 만듭니다.
성경에 보더라도 ‘단식과 기도’를 자주 함께 사용함으로써 단식이 기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자신들만 단식하면 되지 예수님과 제자들에게까지 그것을 강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심리 근저에는 자신들이 단식하기 때문에 더 올바르게 산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은 행동양식이 경직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함에도 자신이 하니까 남들도 해야 한다는 식은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면서 자기만족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떤 분을 수술을 하려고 하는데 간수치가 너무 높아서 수술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수치는 떨어질 줄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약을 먹으면 몸에 좋을 것 같아서 병원에서 몰래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약이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닌 것처럼, 나에게 적용되는 것이 다른 이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도 전에 마치 성인이 된 것처럼 저의 신앙생활을 강요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을 오르는 길은 다양하고도 많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강요하지 맙시다. 
 
내가 강요한다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그것으로 충분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강요하지 않습니다.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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