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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6-26 조회수 : 1485

살아있다는 증거: 살릴 수 있다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루카 9,60) 하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을 따르지 않고 당신 나라를 전하지 않는 이들이 죽은 이들이란 뜻입니다.
살아 있지만 사람이 영적으로는 이미 죽어있을 수 있습니다.  
 
좀비 영화 ‘웜 바디스’(2013)에서 인간 세상은 ‘인간-좀비-보니’의 세 부류로 나뉩니다. 
좀비들은 인간을 먹습니다. 
죽은 존재들입니다. 
보니는 그렇게 지내다 인간성을 아주 상실한 지옥의 존재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은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입니다. 
좀비를 두려워하면 이미 그도 좀비입니다. 
이 영화에서 한 남자 좀비는 한 여자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희생합니다.
좀비는 피를 흘리지 않지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니 심장이 다시 뛰고 피가 생겨납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죽어가는 이를 위해 생명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살려면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이 이것입니다. 복음을 전하려면 먹히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두려움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산 사람은 사람을 살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103회에서는 중1 딸 금쪽이가 나옵니다.
이 아이는 친한 친구와는 서슴없이 음식을 먹고 말을 하지만, 친하지 않은 친구가 있으면
함께 빙수에 숟가락도 담그지 못하고 말도 하지 않고 손짓으로만 합니다.
이 일을 당하는 친하지 않은 친구는 얼마나 기분이 좋지 않겠습니까?  
 
할아버지 장례식장에 가려고 학교에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했는데 보안관 선생님에게 문을 열어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여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왔어야 했습니다.
이 아이는 절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버스를 탈 때도 입과 몸이 얼어버려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라 탔다가 다시 내립니다.
심지어 커피도 한 잔 주문하지 못합니다.  
 
엄마도 속이 타겠지만, 사실 이것은 제가 볼 때는 엄마한테서 왔습니다.
엄마가 불안증이 좀 있었던 것 같고 아이를 살리려 하기보다는 나부터 생각하는 말투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네가 학교 가서 말 못하면 엄마가 제일 힘든 거야, 그래 안 그래?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야?” 
 
이것은 아이를 살리려는 마음이 아니라 엄마가 살려는 마음입니다.
어머니도 불안증이 있어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딸은 겪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딸에게 모든 것을 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딸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기게 되었고 그렇게 엄마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존감 없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좀비에게서 좀비가 태어납니다. 
그렇다고 기분 나빠 할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좀비로 시작합니다. 
다만 누군가를 위해 내 피를 흘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존재를 만들어 우리 본성을 상승시킬 수 있을 뿐입니다.  
 
좀비에서 인간이 되는 방식은 좀비를 인간으로 만들려고 두려움을 무릅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 것처럼,
인간도 하느님이 되려면 인간에게 먹히시기 위해 오신 분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신도 그리스도처럼 복음을 전하며 살리는 사람이 됩니다.
살려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살리려는 사람이 산 사람입니다.  
 
드라마 ‘굿 닥터’에 자폐성 장애 3급,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박시온이란 의사가 나옵니다.
그는 어렸을 때 토끼를 잃고 형도 잃어 죽음의 고통을 잘 압니다.
다시는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죽어가는 이를 살리려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실력파 교수인 김도한이 박시온을 무척이나 싫어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자신의 두려움 때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박시온에게 형처럼 애정을 가지게 되자
그도 이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됩니다.  
 
이 세상에서부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산 사람이란 복음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은 내가 이웃을 살리려는 삶입니다.
복음은 내가 죽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살려면 생명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내가 살려고 하면 다른 이의 생명이 나에게 흘러들어옵니다.
물을 퍼내지 않으면 마르는 우물처럼 나에게서 생명이 나가지 않으면 나는 썩은 물이 됩니다.
심지어 다른 생명이 내 안에 들어오게 하면 그 우물은 마치 뱀이나 독충이 우글거리는 우물이 됩니다.
실제로는 죽은 우물이 되는 것입니다.  
 
산 우물이 됩시다. 
다른 이들이 내 우물에서 생명을 얻도록 합시다. 
그래야 산 사람입니다.
성장은 피 흘림의 두려움이 없는 분을 사랑함으로써 나도 이웃을 살리기 위해 흘리는 피가 두렵지 않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라 복음을 전하라 하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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