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8일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마태오 6,24-34
걱정 인형
사소한 일에도 늘 걱정을 하며 사는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세상에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는 듯이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의 절친한 친구가 적잖게 놀라서 말했습니다.
“오늘은 하나도 불안해 보이지 않는군?” 그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요즘 한 달 내내 걱정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네.”
“정말인가? 항상 걱정만 하던 자네가 어떻게 된 일인가?”
“간단하지. 나를 위해서 대신 걱정해줄 사람을 고용했다네.”
“자네 지금 뭐라고 했는가? 그런 사람을 어디서 찾았는가?”
“신문에 광고를 냈지.”
“그랬나? 뭐라고 광고를 냈는가?”
“‘와서 내 대신 걱정을 해주면 하루에 백만 원씩 주겠음’이라고 냈다네.”
“하루에 백만 원씩이라고? 자네는 그만한 돈을 벌지 못하지 않는가?
무슨 수로 그 사람에게 월급을 줄 건가?”
“그건 그 사람이 걱정할 문제라네.” “...”
혹시 우리도 다른 사람이 걱정해야 할 일을 굳이 내가 다 찾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얼마 전 주차장 땅을 구입하고 스테인드글라스를 새로 하는 등의 본당설립 50주년 계획을 잡았습니다.
앞으로 2년 남았는데 약 15억 정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 성당은 구시가지 연세든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래서 신자분들은 걱정하듯이 어떻게 그 돈을 다 모으려고 하느냐며 걱정을 하십니다.
저도 약간은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저에겐 최선이 목표지 목표가 최선은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하는 일이 하느님 뜻에 맞는 지만을 걱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모든 신자들이 원해오던 사업이라 시작을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두 주인을 섬기지 말라고 하시며 하느님을 섬기든가 재물을 섬기든가 선택을 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은 세상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여러 비유를 들어가며 길게 설명하십니다.
그러나 단순히 말하면 내일 걱정을 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이 아니라
재물을 주인으로 섬기고 있다는 말인 것입니다.
걱정이 없는 사람이 하느님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입니다.
우리도 대신 걱정해 주는 사람을 고용할 수는 없을까요?
이런 아이디어로 대박 난 보험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걱정인형을 내세운 메리츠 화재입니다.
메리츠 화재가 걱정인형을 영업 판촉에 활용한 이후 3만 건 정도였던 고객정보 가입동의가
6만 건 가량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니까 걱정 인형 캐릭터로 인해 약 5천억원에 가까운 매출 증대 효과를 본 셈입니다.
걱정인형 캐릭터는 과테말라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걱정이 있을 때 베개 밑에 인형을 넣고 자면 그 인형이 걱정을 대신 가져간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착안하여 ‘M·E·R·I·T·Z’를 각각 이니셜로 삼아 ‘메리, 에코, 라라, 인디, 타타, 찌지리’라는 이름의 걱정인형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인형마다 담당하는 걱정 분야를 부여해 보험 상품과 연결 지은 것입니다.
메리는 가족 걱정을 맡아서 가족 관련 보험에 주로 등장하고, 타타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서 자동차 보험에 등장한다는 식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쩌면 예수님께서 걱정을 하지 말라는 말씀은 당신께서 모든 걱정을 대신 맡아 해 주신다는 뜻이 아닐까요?
돈도 안 주고 고용하는 걱정 대신 해 주시는 분이 그리스도가 아닐까요?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는 모든 것을 책임져주시겠다는 약속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곁에 모든 걱정을 대신 해 주는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
이제부터는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내가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지와
반비례한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