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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2-09 조회수 : 1395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대부분 징조를 미리 남긴다고 합니다. ‘힘들다’, ‘죽고 싶다’, ‘외롭다’ 등의 표현으로 자기 상태를 주변에 알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사람은 고립감을 느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살방조 미수 사건을 다룬 판결문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혼잣말하는 상태, 바로 고립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입으로만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또 생각만으로 사랑한다고 해서도 안 됩니다. 말과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사랑, 진정으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인간의 잔인성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잔인한 인간의 속성이 어쩔 수 없다고 하지 맙시다. 충분히 고칠 수 있기에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서로 사랑하여라.”

유다인에게는 십계명을 충실히 지키기 위한 실증적인 규정들이 있었고 이를 레위법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법을 하느님이 명하신 실증법으로 간주하여 선조 때부터 성경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이 법에 사람을 부정케 하는 모든 음식물의 목록이 있었습니다). 이 전통에 의하면 어떤 음식이든 손 씻는 예절을 거치지 않고 먹으면 부정을 탄다는 내용이 있었지요. 그러나 위생적인 견지의 법이 아니었고 형식적으로 예식을 거치는 종교 예절일 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정결과 부정의 새로운 가르침을 내리십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15)

외적인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는 이 말씀은 부정 타는 동물과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의 목록을 조상 때부터 물려받아 내려온 유다인들에게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마음의 깨끗함보다 외적인 형식 준수가 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훨씬 중요함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외적인 형식 준수만을 강조해서 외로움을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마음은 보지 않고 외적인 모습만 봐서는 홀로 남겨지게 됩니다. 단순히 잔인한 인간의 속성으로만 봐야 할까요? 

점점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사랑이 점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식보다 사랑의 마음이 커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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