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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1-28 조회수 : 1471
1월28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 
 
마르코 4,26-34
 
사막이 에덴이 되려면 믿음의 나무 한 그루부터 심기 시작하는 수밖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는 우리 안에서 저절로 자라난다는 뜻으로 씨가 땅에 떨어져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는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씨 뿌리는 농부의 비유’와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뜻이 그 땅에 떨어져 죽을 수도 있고 자라나 열매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이 선택은 땅에 달려있습니다.
땅이 그 뜻을 받아들인다면 저절로 열매를 맺어 마치 작은 겨자씨가 자라나 큰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깃들일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 뜻이란 “서로 사랑하라”라는 하느님의 계명입니다. 
 
이렇게 그 뜻을 따르기만 하면 분명 좋은 사람들과 사귐이 일어나 행복한 하느님 나라가 이뤄지는데도,
세상 사람 대부분은 왜 이것을 믿지 않고 서로 미워하고 불목할까요?
왜 단 한 번이라도 이 계명을 끝까지 믿어보지 못할까요?
그것은 그 사람들 안에 ‘그걸 믿어서 뭐가 좋은데?’라는 의문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장 경쟁에서 이기고 원한을 갚고 보복하는 것이 즐겁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이 맞는다면 용서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그 땅은 나무가 하나도 없는 사막처럼 됩니다.
새들도 없고 짐승도 없습니다. 외로워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삶은 지옥입니다. 
 
‘악마를 보았다’(2001)라는 영화는 매우 잔인해서 보시라고 추천해 드릴 수는 없는 요즘 같으면 절대 안 볼 그런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자신의 약혼녀가 살해된 것을 알게 된 수현이 살인자 장경철을 어떻게 하면 가장 고통스럽고 잔인하게 복수할까만을 생각하며 둘이 대결하는 내용입니다.
 
수현의 이 복수심 때문에 애꿎은 많은 사람이 희생당합니다. 
결국에 가장 잔혹하게 복수는 하지만 장경철은 고통을 모르는 사이코패스였습니다.
고통스럽게 보복을 하려 했는데 하나도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그 모습을 보며 복수를 한 수현은 복수의 쾌감이 아니라 뭔지 모를 공허감으로 울부짖습니다. 이것이 끝입니다. 
 
복수해서 누군가를 죽이면 속이 후련할까요? 나도 살인자가 되는 것일 뿐 나의 고통이 그 사람에게 복수하지 못해서 오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고통이 시작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말은 이웃을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악마와 같은 존재들을 어떻게 용서하고 사랑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분명 그런 길을 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영철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고정원 루치아노 씨입니다.
이분은 유영철에게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아들까지 잃었지만 그를 용서했고 그를 양자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말을 듣자 유영철의 피해자 가족들은 들고일어났습니다. 
어떻게 그런 인간을 용서하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용서하지 못한 그들은 대부분 자살을 하거나, 알코올 중독, 혹은 우울증 등으로 가정이 파탄 났습니다. 
 
사람들은 왜 믿느냐고 말합니다. 왜 믿는지에 대한 증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아서 행복한 사람들, 곧 용서하고 복수해서 행복한 사람,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저의 믿음은 흔들릴 것입니다.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막에 나무를 심어서 그 사막이 정원이 되게 하는 행복을 누리는 이들은 많습니다. 
 
“모래밖에 없던 사막에, 스무 살 처녀가 가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막에는 이제 숲이 생겼습니다.”
동화에나 나올 듯한 이 이야기는 중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입니다.
황사의 진원지라고 알려진 중국 네이멍구의 마오우쑤 사막. 그곳에서 20년 넘게 나무를 심어 거대한 숲을 일군 여인 인위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푸른 초원이었던 마오우쑤는 무차별 벌목과 양 떼로 인해 사막으로 변했습니다.
거기다 기온 상승까지 겹쳐 사막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때때로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숨이 막혀 사람이 살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이곳에서 1985년 당시 20대 청년 바이완샹은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친척들이 사막에 지쳐 떠나갈 때도 겁 많던 그는 외지에서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는 이유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갓 스무살이던 인위쩐은 그런 바이완샹에게 시집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우연히 알게 된 바이완샹의 부모에게 “딸을 시집보내겠노라”라고 약속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사막에 온 지 한참이 지나서였습니다.
 
사방에는 모래뿐이고 길조차 없는 사막에서 몇 날 며칠을 통곡으로 보낸 인위쩐은 그를 지켜보던 바이완샹이 따라 우는 모습을 보고 점차 원망이 연민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희망의 말을 먼저 건넨 쪽은 인위쩐이었습니다. 
“여기에 꽃을 심으면 안 될까요? 꽃이나 나무가 자라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을까요?”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내가 빠져나갈 수 없다면 차라리 이곳을 살 만한 땅으로 만들자. 모래를 퍼먹고 살 수는 없잖아?’
 
그때부터 인위쩐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새벽 3시에 집을 나서 70리 길을 걸어가 도착한 묘목상에서 종일 일한 대가로 얻은 백양나무 묘목 30그루를 삽니다.
그 묘목을 업고 다시 돌아와 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무에 준 물이 단 한 방울이라도 옆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모래를 쓸어 올려 둥그렇게 둑을 만드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모래 위에서 버티던 나무들은 며칠 뒤 모래바람에 전멸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인위쩐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임업국에 약간의 임차료를 내고 얻은 넓은 사막 땅에 그녀는 다시 600그루를 심었고 그중 200그루가 살아났습니다.
두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든 4㎞의 울타리와 7㎞의 용수로가 나무를 살린 것입니다. 
 
자신감을 얻은 인위쩐은 이후 죽기 살기로 나무 심기에 매달렸습니다.
과도한 작업량으로 인해 첫 아이를 조산하고, 둘째 아이를 유산하기까지 했지만 인위쩐은 “10년 안에 눈앞의 모든 모래 언덕을 숲으로 만들겠다”라는 집념 하나로 나무 심기를 계속했습니다.
 
실패를 반복하기를 7여 년. 마침내 인위쩐은 사막에 나무를 심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람의 방향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 사막을 살리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조림 성공률도 80~90%까지 높아졌습니다. 
나무가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지문이 닳도록 풀씨를 털어내 자루에 담아 모아 모래에 풀씨를 흩뿌리기도 했습니다.
풀씨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날 확률은 만분의 일, 10만분의 일에 가까웠지만, 군데군데서 가는 싹들이 돋아났습니다.
 
살림도 조금씩 불어났습니다. 
학교도 다니지 않았던 인위쩐은 “나무가 살 수 있으면 채소도 살 수 있다. 채소가 살면 사람도 산다”라는 생활의 철학으로 밭을 일구고 채소도 가꿨으며 닭, 돼지, 양도 한 마리씩 불려갔습니다. 
 
버려졌던 땅에 숲이 생기고, 길이 뚫리고, 우물이 생기고, 전기가 들어오는 것을 본 인위쩐과 바이완샹의 친척들도 하나둘 그녀를 도우러 사막으로 들어왔습니다.
풀조차 살기 힘들던 징베이탕에서 80여 명이 일하여 2012년 한 해 옥수수를 재배한 면적이 4000평이었으며 같은 해 참마 5000㎏, 메밀 1500㎏, 녹두 3000㎏을 거둬들였습니다.
 
20년 전 사막에 남겨진 뒤 1주일간 먹지도 않고 펑펑 울었던 여자.
그리고 정부의 지원금 한 푼 없이 사막 1400만 평을 오아시스로 만든 질기고도 강한 여자 인위쩐.
그리고 그는 오늘도 풀씨자루를 들고 아직도 모래로 덮여 있는 사막을 찾아가 풀씨를 뿌린다.
이제 사막은 그에게 황금빛 미래를 약속하는 기회의 땅이다.
[출처: ‘사막을 숲으로 바꾼 질긴 여자’, 강미현 기자, 프레시안, 2006.10.20]
 
‘사랑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진리를 안 믿어도 행복한 사람 한 사람만 보여주십시오.
이것은 마치 사막에 나무를 심지 않아도 정원이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사막이 정원이 되려면 나무를 한 그루 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지금 사막이고 씨앗이 주어졌습니다. 이제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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