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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1-17 조회수 : 1397
1월17일 [연중 제2주간 월요일]
 
마르코 2,18-22
 
헌 부대 새 부대 되는 법: 새 포도주를 견뎌라!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와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단식하는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왜 단식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이 단식하게 될 터인데 당신을 빼앗길 때라고 하시며, 지금은 신랑과 함께 잔치하는 중이라 단식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러며 헌 옷에 새 천 조각을 대고 깁지 못하고 헌 부대에 새 포도주를 담을 수 없다고 하십니다.
당신이 새 천 조각이고 새 포도주라고 하시는 것이고, 그래서 당신의 제자들은 새 옷이며 새 부대라 하시는 것입니다.
이 말은 당신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우리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새롭게 태어나는 방식은 누군가를 자신 안에 담음으로써입니다.
누군가를 자신 안에 담는다는 말은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부모의 사랑과 가르침을 받고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부모를 품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서 자신이 낡은 부대로 있어야만 한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그렇게 낡은 부대로 머무르는 합리화가 바로 자신에게 상처 준 부모입니다.
그 부모를 품고 있으며 자신이 낡은 부대로 변화되지 않고 살아도 된다고 자기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기가 품고 있는 것은 상처받은 자기 자신입니다.
이 자아가 자신에게 상처 준 부모를 품게 만들며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은 부모 탓이라고 여기게 합니다.
우리 뇌는 부정이 없습니다. 
무조건 긍정입니다. 
부모에 대해 안 좋은 생각 해도 부모를 품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알았던 걸 그때 알았더라면』의 저자 이시이 마레히사 씨에게 고야라는 한 남성이 찾아왔습니다.
연년생 형 때문입니다. 
처음에 둘은 사이가 매우 좋았습니다. 
공공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폭군으로 사소한 일에도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술을 마시고 오면 폭력이 더 심해졌고 밥상을 엎거나 밥공기를 집어 던지는 일이 일상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정말 날마다 지옥 같았어요. 
그래도 형과 저는 항상 서로 의지하면서 살았어요.
언젠가 아버지에게 복수하자면서요. 그런데 대학생이 된 형도 주정뱅이가 된 거예요.
형의 술 취한 모습이 아버지와 너무 닮아서 형을 보는 것이 힘들어졌고 그렇게 형과의 관계도 멀어지게 되었어요.
형은 술만 마시면 친구들에게 아버지 욕을 하였는데, 아버지와 똑같이 물건을 집어 던지고 주먹을 휘둘러
싸움이 일어납니다. 
얼마 전에는 술에 취한 형이 앞니가 부러진 채로 피를 흘리면서 우리 집에 찾아오기도 했어요.
저는 형에게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지는 말라고 했어요. 그러면 또 싸움이 일어나요.
어느 날 형이 토해내듯이 한 말이 있어요.”
 
“그 말이 뭔가요?”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어쩔 수 없다’라는 거였어요.”
“그럼 동생도 술을 마십니까?”
“아뇨, 저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아요. 결혼해서 원만하게 잘 살고 있지요. 
그러나 형은 술 때문에 여성과 헤어졌어요.”
 
형도 분명 아버지처럼 되기를 원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처럼 되었습니다.
동생은 아버지의 모습과 반대로 나갔습니다. 
그러니 그런 가정에서 자라서 그렇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그렇게 사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고 자신에게 상처 준 아버지는 그렇게 사는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자신이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헌 부대로 있고 싶으니 헌 술을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헌 옷이 되고 싶으니 헌 사람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동생은 어떻게 아버지와 반대 길을 갈 수 있었을까요? 여기에 나오지는 않지만 자신 안에 새 포도주를 담은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은 욕구가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욕구는 그 욕구를 가진 사람과 함께 자신 안으로 들어옵니다. 
욕구는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본래 우리에게는 생존 욕구만 넣어져 있었습니다. 나머지 사랑과 관련된 모든 욕구는 내가 누군가를 내 안에 받아들이면서,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사랑하면서 함께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랑 자체이신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 좋지만, 우선은 그분은 감당할 수 없기에 포도주를 조금씩 내가 견딜 수 있는 더 새로운 포도주로 넣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부대도 더 튼튼한 모습으로 바뀝니다. 
이것이 내가 변화하는 방식입니다. 
 
마레히사 씨에게 남편의 속마음을 듣고 싶다며 남편과 함께 상담실을 찾은 아내가 있습니다.
남편은 이구치 순스케로 29세의 공인회계사였습니다. 이구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침착하고 냉정해 보이는데,
조금만 기분이 언짢아지면 난폭하게 돌변하고 심지어 손찌검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이혼하고 싶은데 이혼 말을 꺼내면 손찌검당할까 봐 겁내고 있었습니다. 
 
이구치는 앉자마자 한마디도 안 하고 마레히사 씨를 노려보았습니다.
마레히사 씨는 “혹시 아내가 왜 당신을 여기에 데려왔는지 아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계속 노려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아내는 남편분과 이혼하고 싶다고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구치는 의외로 냉정하게 “그렇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아내가 왜 이혼을 원하는지 그 이유를 아십니까?” “알아요, 안다고요! 내 태도. 공격적이잖아요.”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무시당하면서 자라왔어요.
부모에게서 사랑을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요. 항상 방임 상태에서 자랐어요.
부모가 나에게 한 말이라고는 ‘멍청이’, ‘저리 가!’ 이런 말뿐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사람을 보면 경계하고 공격하게 된 거고요.”
“그럼 개선하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개선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돼요. 나는 애초에 실패작이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이구치는 아내의 이혼 생각을 이미 예상하였습니다. 사실 그는 아내라는 새 포도주를 담을 능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약간 덜 새로운 포도주를 먼저 담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근육이 성장합니다.
이런 때 상담가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잠깐 만나는 덜 새로운 포도주. 마레히사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이구치 씨, 사실은 당신도 바뀌길 원합니다. 그래서 오늘 여기까지 온 거고요.
나는 나 자신을 잘 알아서 하는 말인데,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공인회계사는 되지 못할 겁니다.
공인회계사가 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공인회계사를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뜻은 그만큼 그 직업을 갖게 힘들다는 의미겠지요.
그래도 당신은 공인회계사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사무실을 열고 일도 잘하고 있으니까
당신에게는 훌륭한 능력이 있는 겁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지요?” “당신은 실패작이 아닙니다.”
마레히사는 이구치에게 존재의 신비함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태어나기도 힘들고 그래도 그 무한 경쟁을 뚫고 태어나 이 나이까지 잘 자란 신비. 그래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두 사람이 돌아간 뒤 아내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어요. 저는 남편이 선생님에게 폭력을 쓰지는 않을까 불안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줬어요. 지금까지 남편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남편이 상담 후 ‘오늘 상담 나쁘지 않았어’라고 말한 거예요. 
무엇이 바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완전한 새 부대가 되려면 그리스도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을 사랑하면 과거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새 부대가 되었는데 헌 포도주는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상처는 사라집니다.
상처에 집중하지 말고 변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변하고 성장하면 상처는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렇게 변하게 만드는 방법은 사랑밖에 없고 그 사랑의 완성은 그리스도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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