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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일 _ 전삼용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2-01 조회수 : 1517

도전을 멈출 때 사랑도 멈춘다
 
오늘 복음은 ‘4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입니다. 
이 기적이 이뤄진 곳은 갈릴레아 부근 산입니다.
산이기는 하지만 ‘광야’로 표현된 것을 보니 척박한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사흘’ 동안이나 집에 가지 않고 예수님과 함께 머물렀습니다.
갈릴레아 부근이라면 사실 조금만 가면 동네가 나오는 곳이지만 그들은 예수님과 머물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들이 그리스도와 어떻게 이리 광야에서 머물 수 있었을까요?
주님께서 병을 고쳐주시고 진리를 깨우쳐주시고 심지어 배고픔까지 해결해 주실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들은 본인들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그래야 주님과 오래 머물 수 있고 기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해 주시는 기적들을 보고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축복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그런 축복을 얻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 기적 바로 위에 예수님께서 많은 이들의 병을 고쳐주셨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들은 무작정 병자들을 데려왔고 예수님은 고쳐주셨습니다.
병자들을 산으로, 광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은 어쩌면 엄청난 모험입니다. 도전입니다.
이들이 안식의 빵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가 마태오는 바로 이들이 병을 고치기 위해 그 먼 곳까지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해 도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를 더 사랑하기 위해 도전합니다. 
 
영화 ‘코다’(2021)는 루비라는 노래를 좋아하는 한 고등학교 여학생의 이야기입니다.
루비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부모님과 오빠의 일을 도와야 했습니다. 
바로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일이었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아서 인부를 쓸 수 없었고 루비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에 무전을 받을 한 사람은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생선 냄새가 난다고 왕따를 시킵니다. 
하지만 루비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따라 합창부에 들어가려 합니다. 
합창부 선생님은 매우 엄격하신 분이고 친구들이 쳐다봐서 루비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도망칩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서 음악부에서 노래합니다. 
 
루비의 음악 실력을 알아본 선생님은 자신의 모교인 버클리 음대에 도전해보자고 합니다.
대학 갈 돈이 없다고 말하니 장학금을 타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루비는 집안일과 음악수업을 병행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도 혼나고 저기서도 혼이 납니다. 
하루는 배에 함께 타지 못했는데 해경에게 잡혀 어업을 못 할 지경까지 갑니다.
이에 부모님은 루비 탓을 합니다.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루비도 마지막 음악 발표회만 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합니다. 
 
그런데 루비가 행복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본 부모님들은 마음을 바꿉니다.
자신들이 집은 어떻게 꾸려가겠다고 하고 루비 모르게 버클리 음대 입학원서를 낸 것입니다.
실기 시험이 있는 날 가족들도 함께 학교로 갑니다. 그러나 루비는 혼자서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선생님도 올라와서 루비를 도와줍니다. 
가족들은 위층으로 몰래 올라와서 루비를 응원합니다.
루비는 수화로 가족들에게 노래를 불러줍니다. 그러자 제 목소리가 나옵니다.
가족에게 말하듯이 할 때 억눌렸던 목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루비는 유일하게 가족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합격하고 가족은 루비를 떠나보내며 행복의 포옹을 합니다. 
 
루비에게 가족은 짐이 되는 존재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루비 안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가족을 떠나도 가족을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도전해야 더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과 함께 머물렀던 사람들도 이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힘입어 산다는 말은 하느님 없이는 어떤 능력도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떠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힘으로 어떤 능력을 발휘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 혼자 할 때 안 되는 것이 하느님과 함께 엄청난 능력이 발휘됨을 느낀다면 그분을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이 빵 일곱 개를 먹고 일곱 바구니, 곧 평안한 안식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도전해서 성공하면 행복하다고 합니다. 
실패하면 현명해진다고 합니다. 
도전하지 않는 삶은 죽은 삶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목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이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그분과 오래 머물 수 있는 힘을 지니기 위함이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힘으로 도전해서 성공해야 주님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로라 윌킨스와 같은 사람이 그 대표적인 인물일 것입니다.
그녀는 중국인이 휩쓸던 다이빙 종목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다이빙 10m에서 미국인으로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윌킨스는 올림픽을 준비하던 중 오른쪽 다리 골절상을 당했고 7주간 병원에 입원하며 연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 팀의 코치와 주치의는 그녀에게 올림픽 출전 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성적은 메달 밖이었습니다. 
5차에 걸친 다이빙을 하는데 3차까지 5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무언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성경 구절이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
 
이 말은 주님께서 힘을 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이것을 알면 그분께 붙어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4차에 완벽한 다이빙을 하여 바로 1위로 올라섰고 더 완벽한 다이빙으로 5차에서는 금메달을 확정 짓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기적을 이루어냈느냐고 하는 기자의 질문에 감격으로 울먹이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에게 힘을 주시는 분이 이 일을 하셨습니다.”
 
오늘 안식의 빵을 먹은 사람들은 모두가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아픈 사람을 고쳐달라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서 주님께 대한 찬양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면 주님의 힘으로 매일 도전합시다.
아기는 걷기를 도전하면서 부모를 더 사랑하고 세상으로 나아가면서 더 사랑하게 됩니다.
도전 없이는 주님께 대한 사랑도 증가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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