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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1-15 조회수 : 1678
11월15일 [연중 제33주간 월요일]
 
루카 18,35-43
 
그리스도인이 누구나 다가오기 쉬운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
 
오늘 복음은 우리가 미사 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라고 하는 기도의 모태가 되는 내용입니다.
예리코의 한 소경은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말을 군중에게 알게 되고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부르짖습니다.
사람들은 좀 조용히 하라고 꾸짖습니다.
그러나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외칩니다.
예수님은 그의 마음을 보시고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소경의 믿음이란 바로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해도 주님은 내가 청하기만 하면 좋은 것을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해도 상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에 흔들렸다면 그는 그만한 축복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이 소경은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요?
 
한 분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한 번은 모녀가 그분에게 찾아와 상담하였답니다.
어머니도 우울증 증세가 있으시고, 딸도 대인기피증이 있어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최면을 걸어 딸의 무의식 세계를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딸이 청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더니 급기야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의 기억까지 이야기하였습니다.
 
“아 답답해. 아 답답해. 너무 비좁아…. 그런데 어떤 여자의 음성이 들리는데, ‘넌 죽으면 안 돼. 넌 죽으면 안 돼. 넌 살아야 해. 넌 살아야 해.’ 이런 음성이 반복해서 들려요.”
 
이 말을 듣자 함께 있던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 말은 딸을 잉태하고 있을 때 자신이 배를 어루만지며 자주 했던 말이랍니다.
당시 남편은 외도하고 있었고 아내의 임신도 자신의 아이가 아니리라 의심하여 낙태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넌 죽으면 안 돼. 넌 살아야 해.”라고 하며 아기를 낳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여자 청년은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있어서 당당히 사람들과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없어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생겼던 것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이렇게 아이가 태중에 있을 때부터 형성되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서도 여전히 계속됩니다. 아버지의 이미지가 곧 세상의 이미지가 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두려운 존재가 되면 세상도 그렇게 됩니다. 
 
『벼랑 끝, 상담』에 ‘분노조절장애와 망상으로 학교 선생님을 아빠라고 믿는 딸’의 내용이 나옵니다.
집도 부유했고 아이도 행복했습니다.
아이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고 공부도 잘했습니다.
그런데 항상 자신의 성이 왜 아빠가 아닌 엄마 성을 따르는가가 궁금했었습니다.
결국, 중3 때 엄마에게 이 사정을 물었고 엄마는 언젠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빠는 본래 미국에 살림이 있는 사람이었고 한국에서 사업하다가 엄마를 만나 다은이를 낳은 것입니다.
이때부터 다은이는 아빠를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 여겼습니다.
아빠가 미국에 갈 때 왜 엄마가 그리 불안해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점차 아빠는 사업도 실패해서 다단계를 기웃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단계에서 만난 여자와 또 바람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다은이는 친구들이 이 사정을 알까 두려워했고 그래서 친구들을 멀리했으며 조금씩 아버지에게 막말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분노조절장애로 사고를 치는 다은이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유일하게 역사 선생님이었고
다은이는 역사 선생님을 자기 아버지로 믿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아버지는 가짜라고 여겼습니다. 조현병 증상까지 온 것입니다. 
 
다은이는 급기야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부모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다은이에게 더 큰 상처를 입혔고 돌아와서는 아버지를 칼로 찌르겠다면 설쳤습니다.
아버지가 딸이 찾지 못하는 곳으로 집을 나와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미국 집에도 이 사실이 알려져 미국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딸은 청년이 되어서도 폐인이 되어 어머니가 더는 볼 수 없어서 상담소로 데리고 온 것입니다. 
 
최고야 원장은 우선 역사 선생님이 다은이의 친아버지가 아님을 깨닫게 해 주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역사 선생님을 설득하여 DNA 검사를 진행했고 그제야 다은이는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가라앉혀야 했습니다.
아버지의 사과를 받도록 했으며 최면 명상을 이용하여 과거의 일들을 잊고 아버지를 이해하도록 했습니다.
서른 번이 넘는 이 과정을 통해 다은이는 아버지도 아버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고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은이 아버지도 외도를 멈추고 다단계에서 나와 직장에 취직하여 다은이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버지와 아주 친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용서를 청했고 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자 다은이도 다시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었습니다.
결국 좋은 대학에 들어가 과학자가 되는 꿈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이미지는 분명 아버지에게 얻습니다. 어머니는 어차피 아이와 하나입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가는 다리라면, 아버지는 세상으로 가는 다리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나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누가 형성해 주어야 할까요?
바로 교회입니다.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주님께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성직자들이 자비로워야 하는 이유는 그 성직자들을 보고 신자들이 하느님의 이미지를 그리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어린이들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단상에 올라와도 모자를 달라고 해도 다 받아줍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교황님에게 다가오기를 꺼리고 왜 어떤 이들은 교황님의 모자도 받고 교황님 자리에 앉아보기도 할까요?
교황님이 좋으신 분이란 믿음은 어디서 얻은 것일까요?
 
저는 아버지에게서 얻은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예수님도 그런 자비로운 분일 것임을 믿게 될 것입니다.
이 믿음으로 세상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님께 모든 것을 청할 믿음을 지닌 사람이 될 것입니다. 
 
우리도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 자비에 대한 믿음을 키워줄 아버지가 되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편안하게 여겨질 수 있도록 해 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야 그들이 예수님께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가올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늘 나라로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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