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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1-14 조회수 : 1574
11월14일 [연중 제33주일]
 
마르코 13,24-32
 
나의 멸망: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때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이때 우리는 세상 종말과 심판의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복음으로 듣습니다.
많은 학자는 이대로 가면 지구는 100년 이내에 멸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종교가 망하고, 한 나라가 망하고, 온 인류가 망하더라도 우리는 구원되어야 합니다.
 
커다란 흐름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흐름대로 가면 안 됩니다.
망하는데도 법칙이 있는데 그 법칙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그리고 이런 종말에 관한 것은 우리 각자의 세대에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상기시키시기 위해
이렇게도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 멸망의 법칙에 해당하지 않도록 우리는 예수님께서 어떤 법칙을 말씀하셨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무렵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해와 달과 별이 사라지면 인간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관계가 단절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태양이 어두워졌습니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한 아홉 번째 재앙이 어둠이었습니다.
모두가 소경이 되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가 되면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해와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면 우리는 사람을 분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안 본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므로 죄를 짓습니다. 
그러다 세상에 자기 혼자 남는 것입니다.
마지막 때엔 언제나 죄를 짓고 주님을 잃어 이렇게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 어떤 사람이 외로움에 지쳐 자살을 시도합니다. 지구가 멸망하여 자기가 유일한 생존자라 믿습니다.
그의 꿈은 누군가와 접촉해서 자신도 인간임을 느끼고 싶은 것뿐입니다.
자살 직전에 라디오 주파수에 여자 목소리가 들립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 그 주파수를 따라갑니다.
아파트 단지가 나옵니다. 몇 시간 동안 모든 방을 뒤집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습니다.
지쳐 쓰러지기 직전 마지막 한 방을 뒤졌을 때 여자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죽어있었고 카세트테이프가 무한 재생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는 절망에 빠져 그 여자 옆에 잠이 듭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환시까지 봅니다. 
아기가 자기 품에 안겨 있습니다. 
자신도 미쳐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심지어 어떤 여인까지 다시 나타납니다. 
죽은 여인의 환영이라 생각한 그 남자는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자 그 여인이 도망칩니다. 
그제야 정신이 든 남자는 방금 그 여인은 사람이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말을 하지 않아 어떻게 말해야 하는 줄도 모른 채 그 여자를 쫓아갑니다.
여자는 자신을 죽이려고 오는 줄 알고 그 남자에게 총을 쏩니다. 그렇게 그 남자는 죽어갑니다.
마지막 그 여자가 남자의 눈을 감겨줍니다. 
그 접촉만으로도 행복하게 죽어갑니다. 
 
‘FINITE’라는 단편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접촉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를 맺지 않으면 죽는 편이 낫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인간이 살아있구 주위에 사람이 많다고 모두 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똑같이 이웃과의 단절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 영향력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이 그 사람의 종말이 됩니다.
그렇게 되는 데는 다른 게 필요 없습니다. 
‘삼구’(三仇)만 있으면 됩니다. 
 
이것을 멸망의 법칙으로 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돈을 섬겨야 합니다.
오늘 복음 이전에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있어서는 안 될 곳에 황폐를 부르는 혐오스러운 것이 서 있는 것을 보거든 ─ 읽는 이는 알아들으라. ─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라.”
 
예수님께서는 채찍을 만들어 성전 안의 장사꾼들을 쫓으셨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성전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돈을 좋아하는 마음이 중심을 잡고 있다면 그것이 사람이건 종교이건 나라건, 세상이건 멸망의 단계를 밟기 시작한 것입니다. 
솔로몬도 결국엔 돈에 집착하여 여러 나라 우상을 섬기고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육적인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때에 누가 너희에게 ‘보아라, 그리스도께서 여기 계시다!’, 또는 ‘보아라, 저기 계시다!’ 하더라도 믿지 마라.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나, 할 수만 있으면 선택된 이들까지 속이려고 표징과 이적들을 일으킬 것이다.”
 
자기 내면에서 구원을 찾으려 하지 않고 외적인 데서 구원을 추구합니다. 
당시 유다인들도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했습니다.
자기 내면엔 자아가 왕으로 있기에 외부에서 구원자를 찾으려 하는 것입니다.
내면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사람은 육적인 인간일 수 없습니다.
다윗도 밧세바를 탐할 정도로 육적인 인간이 되어 아들에게까지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나오는 것이 세 번째 법칙입니다. 영적인 영향력이 떨어지니 폭력을 쓰는 것입니다.
부모든 자녀든 서로에게 자유를 빼앗는 폭력을 쓴다면 서로 멸망으로 가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친교는 무력으로 할 수 없습니다. 
사울은 자기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도전자로 보이는 다윗을 죽이려 했습니다.
폭력을 쓴다는 것은 이미 영향력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리비아에서 40년 넘게 독재를 했던 카다피는 국민 총에 사망하였습니다.
그의 집안이 리비아 모든 돈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사치스러웠습니다. 
육체적인 타락은 이루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선글라스를 왜 끼느냐고 할 때 자신의 미래가 너무 밝아서 낀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누구도 그를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쓸 수밖에 없었고 폭력으로 망했습니다.
그는 실제 너무 외로운 사람이었을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삼구로부터 자유로웠던 분들은 어떻게 사셨을까요? 예수님은 무력을 쓰지 않으셨는데도 많은 이들이 따랐습니다.
마더 데레사도 마찬가지고 이태석 신부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력을 쓰지 않는데도 영향력이 컸습니다.
이분들은 멸망의 법칙과 반대로 갔기 때문에 영원한 생명을 누립니다. 
 
삼구는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여 세상에 살면서 혼자가 되는 고통을 겪게 만들고 그렇게 멸망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종말은 현재 우리 각자가 맞게 될 종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 중심에서 돈을 좋아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 안에서 주님과 사귈 줄 알기 위해 육체를 절제하며
겸손하여 누구의 자유도 강요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때 성령께서 그 사람 안에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십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외롭다, 외롭다 하다가 갑자기 그리스도께서 함께 계신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저에게 영향을 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주위 친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는 이웃과의 관계의 밑거름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태양이신 것입니다. 
 
삼구를 좇으며 있거나 말거나 한 사람, 오히려 사라졌으면 좋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영향력이 떨어지면, 나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 나는 멸망으로 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가 필요해서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멸망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사람의 기억에서 잊힐 때, 어쩌면 그것이 진짜 멸망일 것입니다.
내가 누구에게도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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