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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1-09 조회수 : 1358

11월9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요한 2,13-22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믿고 의지할 영원한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 한분뿐이십니다!
 
 
저희 수도원이 바닷가 언덕 위에 위치해있는지라, 하루 온 종일 얼마나 거센 강풍이 불어왔는지 모릅니다.
강풍으로 인해 강아지들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비틀 비틀거릴 정도였습니다.
 
피정객들이 오셔서 야외 식당 화목난로에 불을 지폈더니, 넉살좋은 검은 고양이가 슬며시 들어와
난로 옆에 자리 잡고 드러누워 꼬박꼬박 졸고 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웃겼는지 모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녀석인데 무척 추웠던가 봅니다.
 
밤새도록 계속된 강풍으로 인해 식당 앞에 쳐놓은 천막이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았습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관계로 철거하면서 제 머릿속에 한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위령 감사송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성전, 참으로 위풍당당하고 화려하지만,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오래 가지 않아 반드시 금이 가고, 내려앉고, 허물어지기 마련입니다.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믿고 의지할 영원한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 한분뿐이십니다.
 
은혜롭게도 매일, 아니면 매주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의 몸을 영하는 우리 개별 그리스도인 각자 역시
하나의 성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비천하고 나약한 죄인이라 할지라도 지극히 거룩하고 존귀하신 주님께서 우리 안으로 들어오시니, 우리 역시 거룩한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격이 없지만, 주님으로 인해 우리가 성화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큰 은혜를 입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사명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주님의 성전으로 변화시켜나가시는 것입니다.
 
동네 생맥주집이나 식당에 들어갔을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곳을 거룩한 성전으로 변화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어떻게요? 생맥주집이나 식당에 둘러앉아 묵주기도를 바쳐야 할까요? 그건 아니겠죠.
 
고생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것, 서빙하는 자매님에게 수고가 많다고, 감사하다고, 한 마디 해주는 것이 그곳을 성전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계산대에 앉아 계시는 사장님께 잘 먹었다고, 얼마나 힘드냐고, 기도하겠다고 한 마디 해주는 것이 그곳을 성전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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