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일
참 신앙인은 관대한 사람
[말씀]
■ 제1독서(1열왕 17,10-16)
우상숭배를 고집하던 당대의 임금과 지도계급을 거슬러 끈질긴 종교적 투쟁을 전개한 북 이스라엘의 예언자 엘리야는 낯모르는 가난한 과부로부터 따뜻한 대접을 받는다. 극도의 가난 속에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여인은 자신과 자식의 마지막 생명줄과 같았던 음식을 나누어주는 용기를 갖춘 여인이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관대한 마음으로 나누었던 그 음식이 영원한 생명의 샘이 되어 이름답게 빛난다.
■ 제2독서(히브 9,24-28)
대사제는 한 해에 꼭 한 번 하느님의 현존을 의미했던 예루살렘 성전의 가장 거룩한 공간이었던 지성소(至聖所)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거기서 그는 백성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 희생제물의 피를 뿌리는 의식을 거행한 후, 그를 기다리고 있던 백성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다른 어떤 희생제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하느님의 생명에 온전히 참여하신 분이며, 그분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실 때에는 당신이 세우신 사랑의 왕국이 완성되었음을 드러내시기 위함일 것이다.
■ 복음(마르 12,38-44)
하느님의 율법에 대해 많은 말을 하면서도 결국은 자기 자신만을 찾았던, 자기 자신만이 소중했던 율법학자들 옆에 가진 재물은 물론 받을 존경도 없었던 가난한 과부가 자리한다. 이 여인에게는 하느님만이 소중했으며, 그러기에 관대하신 하느님을 본받아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털어 관대함을 드러낸다. 이 위대한 신앙 행위 앞에서 하느님의 아들도 경의를 표한다. 하느님만을 생각하여 더 가난해지기를 수락했으니, 하느님은 분명 더 큰 은총으로 이 여인을 풍요롭게 하실 것이다.
[새김]
■ 성경이 신구약으로 나뉘어 있고 그 안에서 여러 인물을 만나볼 수 있는 만큼, 우리는 신약의 참 신앙인상을 자주 그려보고 반성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 예언자 엘리야를 축출하고자 했던 지배계급과, 존경받기를 즐긴 나머지 윗자리 찾기에 급급했던 율법학자들은 아무래도 신약의 사람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가진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털어 죽음을 각오하고서까지 관대함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가난한 두 과부의 모습이 세력과 재력에 눈먼 작금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러준다.
■ 관대하신 하느님을 본받고자 노력하고 있는 신앙인에게 말과 행동에 관대함이 배어있지 않다면 신약의 사람이라 자랑할 수 있을까? 아무리 우리가 신앙인으로서의 의무에 충실하다 하더라도 이웃과의 만남에서 관대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하느님의 사람을 거부했던 구약의 지배계급이나 하느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을 소중히 여겼던 율법학자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 이루실 사랑의 왕국에 가까이 다가서고, 나아가 그 왕국 건설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관대함을 키우고 실천하자.
교우 여러분, 하느님은 관대한 사람에게 더욱 관대하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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