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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1-06 조회수 : 1251
11월6일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루카 16,9ㄴ-15
 
우리가 구원된다면 크고 대단해서가 아니라,
작고 보잘 것 없어서 구원됩니다!
 
 
이 땅에 내려오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일관되게 보여주신 삶의 노선이 하나 있으니, 작음에 대한 큰 가치와 의미부여, 곧 작음의 추구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상 생활 내내 그 어떤 작은 것 하나라도 하찮게 여기신 적이 없습니다.
 
30년간 지속된 나자렛에서의 숨은 생활, 작은 자로서의 삶을 조금도 소홀히 하시지 않았습니다.
하루를 평생처럼, 순간을 영원처럼, 조용하지만 정성껏, 최선을 다해 나자렛에서의 작은 삶을 위대하게 사셨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작은이들의 대표 격인 어린이들이 당신께 다가오는 것을 언짢아하시며 쫒아내는 제자들을 나무라셨습니다.
어린이들이 당신께 가까이 다가오도록 하신 후 한 명 한 명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해주셨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당시 유다인들이 사람 취급도 하지 않던 또 다른 작은이들이었던 장애우들, 악령 들린 이들,
불치병 환자들에게 다가가 정성껏 치유의 은총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제자들을 선택하시는 과정에서도 당대 잘 나가던 큰 사람들이었던 유다 고관대작들, 대사제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가운데서가 아니라 이름 없던 학벌 없던 시골 사람들 가운데서 선택하셨습니다.
 
이런 예수님께서 같은 맥락에서 말씀하십니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루카복음 16장 10절)
 
윗분들, 높은 분들, 크신 분들 보면 대체로 큰 것들, 많은 것들, 엄청난 것들에 혈안이 되지, 작은 것들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인데 예수님께서는 그러지 않으시니 참으로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크기로 따지면 이 세상 그 어떤 인물보다 크신 예수님이시지만 작은 것들, 작은 사람들, 작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으시고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시며 지극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시니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한 가난한 인간의 작은 외침, 절박한 부르짖음에도 귀 기울이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상처 입은 한 영혼의 작은 상처에도 큰 연민과 측은지심을 지니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하찮아 보이는 것들, 정말 작은 것들도 그분께는 아주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것 너무나 은혜롭지 않습니까? 나같이 보잘 것 없는 한 인간의 작은 고통도 그분께는 아픔이고 상처라는 사실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시는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당부하시는 바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은 계명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것. 스쳐지나가는 작은 인연 하나라도 귀히 여기는 것. 매일 되풀이되는 작은 일들, 작은 봉사, 작은 만남에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 결국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구원된다면 크고 대단해서가 아니라, 작고 보잘 것 없어서 구원됩니다.
그러니 우리의 작음에 대해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하겠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작아지는 우리의 모습에 안타까워하지 말아야하겠습니다.
우리의 작음에 감사하고, 보다 많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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