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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4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11-04 조회수 : 1435

나는 죄인이라고, 나는 구제불능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회개는 가깝습니다!
 
판공성사 예약이 슬슬 들어오는 것을 보니 벌써 성탄 판공성사 시즌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백소 안에서 교우들 한명 한명씩 만나다보면 고백성사가 얼마나 은혜로운 성사인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됩니다.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를 훌훌 털고 나서는 기쁘고 환한 얼굴로 고백소를 나서는 교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특별한 분들을 만납니다.
고백성사 보신지 삼년, 오년이 지났는데도 특별한 죄가 없답니다.
놀랍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해서 조근 조근 캐 물으면 그제야 이실직고 떠듬떠듬 고백을 시작하십니다.
 
자신이 강하다고, 스스로 홀로 설수 있다고, 자신이 의롭다고 확신하는 한 회개는 요원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그렇습니다.
 
반대로 나는 죄인이라고, 나는 구제불능이라고, 나는 하느님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가련한 사람이라고 뉘우치는 사람들에게 회개는 가깝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몰려든 세리와 죄인들이 그렇습니다.
 
세리와 죄인들은 오늘 자신들이 서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살아온 지나온 세월을 가슴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유일한 희망이요 도움은 하느님의 자비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세리와 죄인들에게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반대로 자신들만이 선택된 하느님의 사람이자 의로운 사람이며 구원이 보장된 사람이라고 여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든 것, 하느님께서도 자신들이 편이었다고 믿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었기에 하느님의 도움과 은총조차 필요치 않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셨습니다.
 
“세리들과 죄인들이 모두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가까이 모여들고 있었다.”(루카복음 15장 1절)
 
당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하류인생들이 줄지어 당신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본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하셨을까, 생각합니다.
저 같았으면 엄청 두려웠을 것입니다.
다들 한 가닥씩 하던 사람들입니다.
얼굴도 험악합니다.
굵은 팔뚝 여기저기에는 문신들이 가득합니다.
입만 열면 갖은 욕설이 난무합니다.
저 같았으면 서둘러 자리를 끝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저처럼 겉만 보지 않으시고 그들의 내면을 바라보십니다.
그들의 상처 투성이 뿐인 과거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십니다.
나름 한번 새출발해보겠다고,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보겠다고 발버둥 쳤던 지난날을 바라보십니다.
그간 세상 사람들로부터 갖은 멸시와 따가운 눈초리를 바라보십니다.
어쩔 수 없었던 상황들을 눈 여겨 보십니다.
 
그러고 나서 보여주시는 예수님은 정말이지 깜짝 놀라 기절초풍할 정도입니다.
세리와 창녀, 죄인들과 반갑게 인사하시고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십니다.
그들과 함께 회식을 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과 온전히 하나 되신 것, 그들의 친구가 되신 것입니다.
 
세리와 죄인들을 완전 무장해제 시킨 예수님께서 드디어 한 말씀 던지시는데, 그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세리와 죄인들 더 감동시킵니다.
저 같았으면 이랬을 것입니다.
 
“자네들 이제 그런 짓 그만하고 새 출발해야지!”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나무라지도 않습니다.
몰아붙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당신의 솔직한 마음을 열어 보이십니다.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루카복음 15장 7절)
 
오늘은 다른 누구를 위한 날이 아니라 바로 죄인인 우리들을 위한 축제의 날입니다.
우리의 주님은 죄인의 멸망을 바라시는 분이 아니라 죄인의 회개를 기뻐하시는 분입니다.
 
어쩔 수 없는 죄인인 우리들에게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어디 있겠습니까?
감사하며 기뻐하며 다시 한 번 주님께로 돌아서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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