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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3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0-30 조회수 : 1409

사제 서품을 받고 어느 본당의 보좌신부로 갔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미사 후 신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제게 성경에 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잘 모르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신부가 이런 것도 모르냐고 할 것 같아서, ‘아마 이럴 거야’라는 생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분은 계속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제 말도 안 되는 설명을 듣고는 “알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신 뒤에 돌아가셨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사제관에 들어와 책을 펼쳐서 질문에 대한 답을 똑바로 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크게 낙담했습니다. 잘못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설명으로 그분에게 커다란 혼란을 드렸을 생각에 너무나 미안했고, 괜히 아는체했던 저 자신이 미웠습니다. 

그 뒤, 저는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 연락처를 주시면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신학교에서 공부했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오류의 틀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면, 오히려 세상에 잘못된 지식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한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마다 윗자리에 앉으려고 합니다. 자기 과시를 위해, 또 자신의 위치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솔직히 일반적인 우리 모습입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척 그리고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척하면서 자리싸움의 우위를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자기 자리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스스로 낮아지셨습니다. 세상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스스로 낮추셔서 종으로 오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분 앞에서 과연 주인 행세를 하면서 맨 윗자리에 스스로 앉을 수가 있습니까?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도 낮아지셨음을 기억하면서, 이 세상 안에서 나를 드러내려는 교만의 삶에서 벗어나야 하겠습니다. 세상의 지위나 명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 인정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주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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