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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0-02 조회수 : 1041

수호천사는 마치 ‘공기’처럼 사랑한다
 
오늘은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저는 수호천사를 향한 기도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런 날에나 저의 수호천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또 1년 동안 수호천사는 저를 위해 열심히 은총을 전달해주셨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면서 수호천사의 사랑은 마치 ‘공기’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기는 없으면 죽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고 보채지도 않습니다.
가장 좋은 옷은 입은 줄 모르고 의식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옷이랍니다.
수호천사는 마치 그렇게 자신을 버린 온전한 사랑을 하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제목이 ‘나를 찾아줘’(2014)가 있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완벽한 부부 닉과 에이미.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실종됩니다.
경찰은 에이미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숨겨뒀던 편지와 함께 곳곳에서 드러나는 단서들로 남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미디어들은 살인 용의자인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시간이 갈수록 세상의 관심이 이 사건에 집중됩니다. 
 
사실 닉은 아내가 싫어져 젊은 학생과 바람도 피우고 아내를 때린 일도 있었지만,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에이미가 꾸민 것이었습니다. 
에이미는 하버드대를 나온 수재이고 유명한 작가입니다.
자신 같이 큰 인물이 시골뜨기인 닉과 결혼해 줬는데 무능한 데다 바람까지 피우는 남편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남편을 살인죄로 집어넣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에이미는 챙겨간 돈을 도둑맞게 되자 예전에 자신을 쫓아다녔던 한 남자에게 가서 숨어지내게 됩니다.
그 남자는 돈은 많았지만, 에이미를 가두어놓고는 어디도 가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 와중에 남편 닉은 살인죄를 벗기 위해 자신이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다 TV에서 폭로하고 아내에게
사랑하니 돌아와 달라고 말합니다. 
 
힘겹게 떠돌던 에이미는 이번엔 자기를 가둬놓던 남자를 죽여 정당방위로 꾸미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자기에게 집착하던 남자에게 납치되어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목숨을 건 영웅으로 세간에 화제가 됩니다.
그러나 남편은 이 모든 것이 아내가 꾸민 것을 압니다.
아내가 살인까지 저지른 것을 알지만 세상이 영웅이라 믿고 있는 여인을 살인자로 내몰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움 속에서 남의 아이를 밴 아내와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말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돌아오기 위해 살인까지 했어요. 당신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주었죠?”
 
아내는 남편이 완벽해지기를 바라는 여인이었습니다.
자신은 다른 누구보다 더 완벽하게 행복해야만 하는데 약간 수준이 모자란 시골 출신 남편이 자신의 수준을 따라오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물론 남편은 그런 아내 밑에서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숨죽이듯 살아왔었지만, 너무 힘이 들어 결혼하자마자 바로 이혼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완벽을 추구하던 아내에게 이혼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내에게 외도하는 모습이 들키게 되어 분노를 참을 수 없게 된 아내가 자신에게 이런 모멸감을 준 남편이 사형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모든 일을 꾸몄던 것입니다.
 
천사를 묵상해야 하는 날에 이런 섬뜩한 이야기를 해서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우리는 에이미가 천사와 완전히 반대되는 것을 사랑으로 알고 있었기에 천사의 사랑을 그 반대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에이미는 열등감이 강한 여자였습니다. 
자기의 성공과 남편의 성공을 통해서 자존심을 채우려는 여자였습니다.
그녀가 자주 하던 놀이는 ‘나를 찾아줘’였습니다.
여기저기 단서를 남겨놓고 온종일 남편이 자기를 찾는 것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놀이였습니다.
처음엔 재미가 있었지만 자기를 찾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 화를 냅니다.
 
그녀는 존재가 소멸하여 간다고 느끼기에 자기 존재를 세상과 남편을 통해 증명해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남편을 더 완벽하게 만든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남이 알아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냥 존재가 사라져가는 한 인간의 마지막 시도일 뿐입니다.
이런 사람은 잠시만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자신은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수호천사는 어떻습니까? 이미 하느님의 보호 아래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았습니다.
존재가 사라질 위험이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알아달라고 보채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 년 동안 내 옆에 있었지만 이런 날만 간신히 수호천사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그래도 수호천사들은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공기’와도 같은 사랑입니다. 
 
공기는 없으면 죽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이 공기를 마시며 살아도 매번 공기에 감사하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자신을 찾아달라고, 알아달라고 안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자신은 존재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태양이 있는 한, 그리고 나무가 있는 한 공기는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인간이 사라져도 공기는 존재합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천사는 이와 같은 사랑을 합니다. 
사랑을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용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천사입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님에 대한 소록도 분들의 증언입니다.
그분은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였다고 하고 생명의 은인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천사라고 말하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는 사실 천사를 본 일도 없으면서 천사를 압니다. 
 
꽃다운 20대에 소록도를 찾아 평생을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다가 할머니가 되어 이제 봉사를 받아야 할 때 편지 한 장만 남기고 홀연히 떠나가 버렸습니다.
본인들의 삶도 중요했을 텐데 먼 이국땅에서 어쩌면 버려지다시피 한 이들을 위해 평생을 산 이들이기에
우리는 천사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들이 천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천사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보호해주는 누군가 있을 때 그 사람은 어린이가 됩니다. 걱정이 없고 많이 웃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받아주고 위로해주고 또 누군가에게 천사가 됩니다.
 
이미 그렇게 인정받은 이들이기에 자신들이 봉사한 이들에게 다른 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공기처럼 있다가 사라집니다.
사랑을 한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수호천사와 같은 사랑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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