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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0-01 조회수 : 714

하느님께서는 한사코 작은 오솔길만을 걸었던 데레사를
구원의 빛나는 대로(大路)로 안내하셨습니다!
 
 
산 너머 갯바위로 소풍을 갔다가 예쁜 구절초 무리들을 만났습니다.
구절초는 모두 다 똑같은 줄 알았더니 색상도 조금씩 다르더군요. 흰색, 연보라색, 진보라색...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아슬아슬한 절벽 작은 틈 그 사이에도 보란 듯이 자리 잡고 피어난 녀석들의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로 예뻤습니다. 
그 자태가 너무 어여뻐서 연신 사진을 찍었습니다.
 
예쁘고 여여쁜 이유 중에 하나가 작음이었습니다. 
작은 꽃잎이지만 그 안에 갖출 것 다 갖추었더군요.
피정 센터 산책길에도 번식을 좀 시켜보려고 몇 뿌리 캐서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작은 깨달음이 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작으니 사랑받는구나!’
아마도 이런 공식은 하느님과 우리 인간과의 관계 안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요?
만일 우리가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싶다면, 그분 품에 푹 잠기고 싶다면, 그 비결은 무엇이겠습니까?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작은 야생화처럼 작아지는 것이 아닐까요?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요?
교만을 버리고 겸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요? 탄탄대로가 아니라 좁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면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성인이 한분 계십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좁은 길의 성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입니다.
그녀의 삶이 마치 깊은 산속 외딴 곳에 홀로 피어난 아름다운 한 송이 작은 꽃 같다고 해서 ‘소화(小花)’ 데레사라고도 불립니다.
 
언뜻 보기에 그녀의 생애는 성인(聖人)이 되기에 많이 부족해보였습니다.
1873년에 태어나셨다가 1897년에 돌아가셨으니 불과 24년간의 짧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성덕을 쌓기에 충분한 시간과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그 나이의 다른 젊은이들 바라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짧디짧은 수도생활의 연륜, 그것도 봉쇄수녀원 안에서, 그마저도 지병으로 골골하면서...
도무지 대단한 뭔가를 해낼 조건이 아닌 그녀의 생애였습니다.
그러나 웬걸, 데레사는 자신의 탁월한 봉헌생활을 통해 나이와 연륜이 성덕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었습니다.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그녀를 그 어떤 성인보다 크게 칭송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빛나는 성덕은 온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교회는 봉쇄 수녀회 수도자였던 그녀를 전 세계 선교의 수호성인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녀가 개척한 성덕의 길은 대체로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극한 겸손, 복음적 단순함, 하느님을 향한 깊은 신앙, 이 세 가지 요소는 결국 사랑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데레사는 하느님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戀人) 대하듯 대했습니다.
그녀가 하느님과 주고받은 대화 곧 기도는 마치도 너무 사랑해서 죽고 못하는 연인들끼리 주고받은 연서(戀書)같았습니다.
 
그녀는 하느님 앞에 언제나 한 송이 작은 숨은 꽃이길 원했습니다.
그녀가 개척한 성덕의 길은 ‘작은 길’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한사코 작은 오솔길만을 걸었던 그녀를 구원의 빛나는 대로로 안내하셨습니다.
 
그리고 작디작은 그녀를 당신의 넓고 따뜻한 가슴에 꼭 안아주셨습니다.
숨은 것도 다 아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그녀 특유의 빛나는 작은 길을 온 세상 사람들 앞에 낱낱이 드러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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