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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9-28 조회수 : 817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서 이발합니다. 미용실에 가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짧게 커트를 하지만 워낙 뻗치는 머리카락이다 보니 지저분해 보여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발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제가 가는 미용실은 어떤 곳일까요? 

굳이 찾아가는 곳은 없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다시 가지 않는 곳은 있습니다. 말을 많이 하는 곳은 다시 찾아가지 않습니다. 이발을 잘 하는 곳이어도 잘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호구조사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어디에 사느냐? 평일인데도 이발할 시간이 있느냐? 이런 머리는 파마하는 것이 최고라면서 파마의 장점을 내내 들은 적도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 이야기까지 등장하면, 이발하고서 개운한 기분이 아니라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입니다. 

그에 반해서 별 이야기를 하지 않는 미용사는 너무 좋습니다. 처음에 이렇게 대화하고는 끝입니다.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짧게요.”

저는 주님이 너무 좋습니다. 왜냐하면 침묵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잘 못 살아도 침묵 속에서 저 스스로 반성할 수 있도록 해주십니다. 저의 모습을 보시면서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당장 벌을 내려도 당연할 것 같은데, 침묵 속에서 기다려주십니다. 

누군가는 이 침묵에 불평불만을 하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자신에게 사랑을 주시지 않는다고, 또 주님께서 과연 계시기는 하냐고 원망합니다. 그러나 침묵 안에서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분명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비장한 마음으로 예루살렘에 가시기로 마음을 정하십니다. 바로 수난과 죽음을 위한 길을 직접 선택하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을을 보면서,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능력이라면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스승이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길을 가로막는 그들은 어떻게든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과 화합을 목적으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겠다고 결심하셨는데, 제자들은 정복과 통치를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주님의 뜻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침묵에 정반대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주님의 뜻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도 주님과 정반대의 생각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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